병원에 갔다 집에 들어서니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점심을 챙겨주러 온다고.

내가 알아서 챙겨 먹을테니 그럴 필요 없다하니

그럼 저녁에 맛있는 초밥을 사가지고 갈테니

점심은 혼자 먹으라며 전화를 끊는다.

 

평상시에는 이해심이 많은 건지 너무 무관심한건지 분간이 안돼

내게 관심 좀 갖고 살라며 투정도 부리고 짜증도 냈지만

항상 일이 닥치고나면 남편 밖에 없다는 생각에 고맙고 미안한 마음 뿐이다.

 

이틀 쉬는 동안에도

시장 봐와서 밥하고

빨래하고

다림질하고

내 일이 다 남편 차지가 되어버렸다.

 

혼자 바쁘게 일하는 남편에게 미안해서 주방에 얼정거리면

과신하지 말고 가서 쉬라며 주방 근처에는 오지도 못하게 한다.

 

어제는 날 목욕까지 시켜주었다.

결혼한지 2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남편 앞에 벗겨진 몸이 부끄러워 등을 돌리고 앉았는데 상처부위엔 랩으로 싸매고 온 몸을 깨끗이 닦아주는 남편의 손길이 싫지만은 않았다.

 

나이 50이 넘으면 서로 미안해하며 등 긁어주며 산다더니 우리가 어느새 그런 나이가 되어 있었다.

 

전에는 말다툼이라도 하는 날이면 미워서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요즘은 별로 다투는 일도 없지만 밉다가도 내가 아니면 누가 그를 이해하고 감싸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측은한 마음이 앞서 미워할 수도 없다.

 

꼭 해야하는 말 외에는 입을 여는 일이 드물고 마음을 잘 표현을 안해서

답답하고 재미도 없고 때론 이리저리 구슬려봐도 다음날이면 도로 그턱인 남자,

성격도 취미도 너무 차이나서 하나 될 수 없을 것 같은 남자,

마누라보다 술이 더 좋은 남자,

아침 출근길에 뽀뽀해달랬다고 미친사람 취급하는 남자,

마누라 생일은 한번도 기억 못하면서 용케도 결혼기념일만은 기억하는 이상한 남자,

딸 낳았다고 밥도 안먹더니 딸 없으면 죽고 못사는 남자,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멋진 남편인 줄 착각하고 살아가는 남자,

두번 말하려하면 "여자가 감히 어딜..."말문을 막아버리는

마누라는 조선시대 여자이길 바라는 남자,

그래도 잠자리에서는 꼭 팔베게를 해주고 넓은 가슴에 폭 안아주는 남자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어떻게라도 도와줘야하는 정이 깊은 사람이다.

 

가끔 그속이 궁금해서 들여다보고 싶어 안달하는 내가 바보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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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3. 21 (화) 맑음

 

유배지 도착.

몇가지 수속을 마치고

4511호 방이 배정됐다.

2개의 하얀 침대가 나란히 놓여있다.

참 쓸쓸하다.

창 밖으론 소나무숲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발이 묶이고

맘이 묶이고

펄펄 날것 같은데 갇힌 신세가 되니

정말 견디기 힘들다.

전날 와서 모든 검사를 다 마친 상태라

오늘은 한가하다.

책을 꺼내 들었다.

눈은 글을 읽는데

맘은 엄한데를 쏘다니고 있다.

 

 

 

2006. 3. 22 (수) 맑음

 

간밤을 꼬박 새웠다.

밤이 어찌그리 길기만한지...

잠자리가 예민하여 내집을 떠나면 늘상 이렇다.

전날 밤부터 금식이라 아침은 없다.

09:30

낯선 남자가 침대차를 끌고 나를 데리러왔다.

침대차를 보내고 내발로 걸어갔다.

수술대기실

따라들어온 남편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수술실로 옮겨졌다.

몸에 이것저것 설치를 하더니

코에 마취용 거즈를 대는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순식간에 의식을 잃었다.

이순간이 가장 기분 나쁘고 싫다.

그리고 난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되었겠지.

...............

 

아스라이 먼데서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ㅇㅇ님 눈 좀 떠보세요."

그런데 눈이 무거워 잘 떠지질 않는다.

몇번의 외침이 있고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는 풍경

'중환자실' 팻말이 보이고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입은 혀가 붙어 떨어지지않을 정도로 바싹 말라붙었다.

뒤이어 느껴지는 심한 통증

아, 살았구나!

 

 

 

2006. 3. 23 (목) 맑음

 

간밤엔 무슨 꿈을 그리 꾸었는지

밤새 꿈속을 헤메였다.

새벽녘이 다되어 헤메이던 꿈속 여행

바닷가 언덕에 야생화가 피어있고

디카를 들이대며 열심히 찍고 한바퀴 돌고나니 다시 제자리

그런데 아까는 보지 못햇던 보라빛 예쁜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서

이름 모를 꽃에 감탄하다 잠을 깼다.

황홀한 봄날을 꿈꾸고

어쨌든 꽃을 보았으니 기분은 좋다.

아직 밖은 깜깜하다.

 

...............

 

밖에는 바람이 부나보다.

봄바람은 나무들을 간지르며 깔깔거리는데

눈으로만 느껴지는 바람!

 

...............

 

가스가 나와야 한다는데

소식이 없다.

장이 아직도 마취에서 안깨어났나보다.

꼼짝을 않는다.

청진기에도 아무소리가 안들린단다.

 

.......................

 

눈을 감으니

가느다란 호스가 

목안 깊숙히 끼워지는 느낌이 들고

구역질이 난다.

무의식 세계가

의식 밖으로 건져올려지는 순간이다.

목이 많이 아프다.

목소리가 엽기적이다.

 

.................

 

아, 배고프당!

기운도 없고

책도 몇줄을 읽으면 흐릿해져

글씨가 꽃잎되어 흩날린다.

 

..........

 

체온이 계속 밑돈다.

34.7도

35.4도

35.7도

.

.

부족한 1%

누구의 온기가 그리운 걸까?

 

.............

 

이틀을 굶고

죽 한그릇 비웠더니

이제야 살아난 것 같다.

 

 

2006. 3. 24 (금)

 

이른 새벽

복도에 작은 술렁거림이 인다.

간밤에 누군가 돌아가셔서

영안실로 내려가셨단다.

전날 낮에까지 말씀하시고

멀쩡하셨다는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우리의 인생사

 

..............

 

따스한 봄 햇살이 포옹하는 아침

자유롭게 왕래하는 건물 밖 사람들이

딴 세상 사람인 것만 같다.

 

..........

 

아직도 어지럼증이 남아있고

사랑의 열병도 아닌데

온몸이 불덩이다.

산을 타던 코끼리 다리는 어디가고

오징어 다리처럼 흐물거린다.

 

...............

 

삶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병원에 와서 하루만 있어보라.

아니 잠시만 머물러 보라.

성한 다리로 맘껏 걸을 수 있음이 감사하고

혼자서 슥슥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음이 감사하고

먹고 싶은 밥 퍽퍽 맛있게 퍼 먹을 수 있음이 감사하고

보고 듣고 말하고

숨쉬는

일상에서 하찮게 느껴지던 모든 것들이

다 감사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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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방에 오신 님들께

 

 

 

 

며칠간 집을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없더라도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산바람도 쏘이시고

 

저쪽에 맛있는 음식도 맛보시면서

 

시도 한 수 음미해보시고

 

편히 쉬었다가세요.

 

모두모두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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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의 유배길,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길 바라며

이젠 내인생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빌어본다.

 

처음 떠날 때는  두려움에 떨며 내가 이 문을 다시 들어설 수 있을까 

되돌아보며 나갔었다.

 

그리고 1년 반만의 또다른 형벌,

첫번째의 고통이 채 가시지 않은 탓에 죽기보다 싫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살아야하는 모진 목숨이었다.

 

그리고는 끝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버려야 할 교만이 남았었던가보다.

 

그 교만 다 내려놓겠다했는데

내 속엔 또다른 죄악들이 살아나고 나를 이기려한다.

 

이번 길은 짧고 단순한 길이지만

아니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해도

이젠 전같은 두려움은 들지않는다.

 

소풍가는 마음으로 떠나자

며칠만 세상과 인연을 끊고

푹 쉬었다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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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하고 이슬비 내리는

날씨 탓인가?

오늘은 옛사람들에게서 전화가 많이 온다.

 

8년전 쯤 같은 직장에 있다가 청주로 이사간 직원이

용인으로 이사를 왔다며 전화가 왔다.

 

아들이 첫돌을 넘기고 갔는데 지금은 초등 3학년이고

둘째가 태어나 여섯살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평소에는 세월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다가

이렇게 남의 애들 자라난 이야기를 들으면

참 빠르다는 걸 실감한다.

 

그 때 팀들 한번 뭉치자며 전화를 끊었다.

 

정말 보고 싶은 얼굴들이다.

 

그만큼 그때 서로를 위하며 즐겁고 재밌게 일했던 것 같다.

 

벚꽃 만발한 여의도로 몰려가 벚꽃속에 묻혔던 추억도 생각나고

마당놀이며 연극도 보러다니고 서로가 맘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점심을 먹고나니

대전에 있는 친구가 전화를 해서

아이들이야기, 남편이야기, 건강문제,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아마 밤새도록 이야기를 해도 끝이 없을 거다.

초등학교 동창끼리 결혼하여 참 재밌게 살아가는 친구다.

 

전화를 끊고 조금있으니

이번엔 고향친구가 전화를 해서

고향소식도 전해주고 옛날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웠다.

 

교회에서 학생회 활동을 같이했고

키타를 잘쳐서 함께 노래도 불렀고

여름엔 춘장대로 수련회를 가서 모닥불 피우고

밤새 노래부르던 추억이 그립다. 

 

지금은 무슨 위원 출마를 위하여 많이 바쁜 모양이다.

 

사무실을 이전하느라 컴퓨터를 옮기고

동창회카페에 들어와 옛 노래를 들으니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단다.

 

집에 있다보면

무슨무슨 부동산전문회사라든가 여론전문기관 또는  통신회사 등 이런저런 광고 전화로 시달리는데

오늘은 반가운 친구들의 전화가 옛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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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가 다되어 친구들 모임이 있다며 나간 아들이 12시가 넘었는데 들어오질 않는다.

 

재수를 한다며 학원 외에는 외출을 안하던 놈이라 은근히 걱정이 되어 문자를 보내니 아파트에 도착했다는 답글이 왔다.

 

조금 지나서 들어서더니 술 한잔 했다고 한다.

 

처음 있는 일이어서 심적 갈등이 있는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중학교 때 친한 친구가 유학을 떠나서 친구들 몇이 모여 송별회를 한 모양이다.

 

그 친구는 성적이 좋았는데 올해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미국으로 떠난다고 한다.

 

"너도 엄마가 좀 여유가 있어서 유학 보내주면 좋을텐데...'

"누나 보내놓고도 힘들잖아?"

"그럼 일본으로 갈래? 누나랑 같이 있으면 경비도 절약되고..."

 

아직은 싫은데 일년 열심히 해보고 결과 나오면 그때 생각해 보겠단다.

 

" 난 돈 많이 벌을거야."

"돈에 너무 집착하면 돈의 노예로 살게 돼."

"집착하는 건 아니고

넓은 서재가 있는 집 하나 짓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정도만...

서울은 땅 값이 비싸서 근교로 나가야겠지?"

 

평소엔 지 아빠를 닮아 말이 없는 놈이 술 한잔 하고 오더니 옆에 붙어서 묻지도 않는 말을 자분자분 풀어낸다.

 

남편 같았으면 매번 뻔한 스토리에

"그만 들어가 주무세요."하며 대꾸도 안했으련만

아들놈이 소주 한병에 취해서 다른덴 아무 이상이 없는데 몸이 좀 이상하고 자꾸 말이 해진다니 귀엽기도 하고 속내를 풀어내니 들어도 보고 늦은 밤에 둘이 앉아  도란도란 얘기 꽃이 피었다.

 

내일 아침엔 아들놈 해장국 끓여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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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방 북쪽으로 꽤 넓은 베란다가 있는데

그곳은 우리집의 골방과 같은 곳이다.

심심할 때 와서 뒤지면

지난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를 반긴다.

 

그곳에 결혼 때 장만한 커다란 장식장을 옮겨놓고

책장으로 쓰고 있는데

이사 오면서 어지간한 책들은 다 버리고

시집들과 최근 출판된 책, 그리고 꼭 간직해야할 책들만 남겨두었다.

 

앨범과 지난 일기장, 수첩 등도 있어서

뭔가 찾으러 갔다가

수첩을 꺼내서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보고

일기도 꺼내 읽어보고  

어떤 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읽어내리다가

왜 왔는지 모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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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12. 1 금요일

 

 

 

처음엔

 

그저 하나의 작은 의미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등불이 되길 원했고

 

이젠

 

당신의 모든 것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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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9. 4  일요일  맑음

 

ㅇㅇㅇ로 옮긴지도 보름이 지났다.

모든 조건이 ㅇㅇㅇ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ㅇㅇㅇ님이나 ㅇㅇㅇ님이 친절하시고 자상하셔서

사무실 분위기가 견딜만 하다.

 

오늘은 일직.

사무실 건물 뒤편에선 물 많고 단맛이 진한 먹골배가

맑은 햇빛에 익어가는 향기가 물씬 풍기고

운동장 건너 공사장에선 기계소리가 종일을 쉬지않고 돌아간다.

 

많은 구름뭉치가 떠다니는 하늘을 보며

ㅇㅇ이와 ㅇㅇ가 보고 싶다.

보고 온지 20일 밖에 아니 지났건만

몇달이 지난 것만 같다.

 

추석에나 가야 볼텐데 20일의 긴 세월을

어찌 견디나!

 

엊그제 꿈엔 ㅇㅇ이가 빨간 봉숭아 물을 들인 손톱을 보이며

할머니가 해줬다며 쫑알거리는 모습이 마치 사실처럼 느껴졌다.

 

지금쯤 무슨 말을 배우고 있을까?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낑낑거리고

맘에 안들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던 우리 ㅇㅇ이

 

떠나 올때마다 누나는

"나도 엄마 따라갈래."

붙잡는 할머니를 뿌리치며 악을 쓰며 울고

엄마는 왜 눈물을 글썽이며 후다닥 차에 오르는지

영문을 몰라 두눈만 껌뻑였지.

 

추석엔 우리 ㅇㅇ, ㅇㅇ이 예쁜 옷 사가지고 갈께

건강하게 잘 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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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을 다 산 듯한 느낌

 

충격적인 의사의 말에

 

할말을 잃었다.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흐를 뿐...

 

...............

 

 

 

지난 수첩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발견한 메모

 

2000. 10.19(목)란에 기록되어있다.

수술을 해야한다는 의사의 말에

참 암담했던 심정을 적었던 것 같다.

 

...................

 

그리고 2001. 1. 8 서울대병원 입원

그해의 수첩메모에는 병원진료예약 기록이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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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3. 9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


 
              오늘은 달래와 냉이 그리고 봄동을 사왔습니다. 냉이국도 끓이고 봄동에 달래를 넉넉히 넣고 겉절이를 해서 된장을 풀어 삼겹살을 삶아 곁들여 먹으면 봄향기가 가득할 것 같습니다. 나른해지는 날씨에 친구들도 향긋한 봄나물로 입맛을 돋구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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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3. 7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겨울이 아무리 가기 싫어 뭉기적거리며 궁둥이를 들이밀어도 봄의 부드러운 손길에 등이 떠밀리나보다. 우리집 베란다에도 봄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작년 초여름 농장에 가서 사온 페추니아 화분 2개가 처음 사올 때의 기세를 잃고 시름시름하여 한쪽으로 치워놓고 차마 생명이 있는거라 버리진 못하고 별로 신경을 안썼는데 햇볕이 종일 닿는 겨우내 피기 시작하더니 지금까지 진분홍의 꽃들이 쉬지않고 피어나고 있다. 산에서 주워온 나무에 붙인 5촉의 대엽풍란에는 뾰족한 새잎이 나오고 뿌리도 새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친구에게 받은 산세베리아 화분에선 대여섯개의 싹이 돋아나 본잎보다 훨씬 더 길게 자라 쑤욱 올라와 있고 내 키만큼 감아올려진 부겐베리아 줄기에는 잎이 돋아나오고 작은 꽃모양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초록 빛 잎을 아직도 무성하게 그대로 달고있는 두견화의 꽃눈도 날로날로 부풀어지고 있다. 거실에 들여놓은 대여섯개의 게발선인장에는 빨간 꼬마색등 모양의 정열적인 꽃망울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이꽃들이 다 피어나면 우리집 베란다가 화려한 꽃밭이 되리라! 외출을 못하는 요즘은 이들을 돌보며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모습이 마치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는듯 즐겁다. 눈이 오면 산이 먼저 떠올라 배낭을 챙겼는데 다치고 난 후론 눈길이 제일 무서워 하루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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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2. 1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뜻 아니게
    한달이 넘도록 외팔로 살아야 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세수를 할 때도
    모두 왼손으로만 하려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어요.

    자유로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고
    침대에 눕고 일어나는 것조차 스스로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전에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이
    모두 감사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자주 움직이고 팔을 써보려하는데
    아직도 통증이 있고
    마음 같이 되질 않네요.

    "우리 몸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가족의 것이고
    이웃의 것이고
    사회의 것입니다."

    누군가 보내온 메일 내용입니다.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다침으로 인해
    가족이 불편하고
    형제들, 친구들, 이웃들이 걱정하고 염려하게 되니
    이보다 더 큰 부담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넘어져서 다친 어깨를 또 다칠까봐
    한동안 바깥 출입이 두려워서
    집안에서만 소일하다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책도 서너장을 읽으면
    눈이 침침해서 계속 읽기가 힘이드니
    완전히 노인네 다된 느낌입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의 고통과
    노인들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더 깊이 느껴보게 됩니다.

    올해부터 정신지체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려고 신청했었는데
    진정한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뜻인것 같아
    요만큼 다친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2004. 10. 14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갑자기 큰 돈이 필요하게 되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별거 아니겠지만
    우리같은 소시민들에겐 제법 큰 돈이었다.

    오래 써야 할 돈 같으면
    은행에서 융자를 받는다든가 하겠는데
    며칠이면 될 것 같은데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했다.

    시골 부모님께 전화하면
    바로 보내주실테지만
    이 나이에 부모님께 기대는 것도 싫고
    아직까지 친구들에게도 돈 얘기를 해본적이 없는데
    한나절을 망설였다.

    모임이 있어 나갔다가
    일찍 자리를 뜨니까
    이유를 묻길래 돈을 구해야한다 했더니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며 마음 놓고 쓰라고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돈거래를 하고싶지않아
    정 안되면 그러리라 마음먹고 그냥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친구 밖에 전화할 데가 없는데
    누구에게 전화를 할까 고민하다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거니
    두말 않고 바로 입금해 줬다.

    너무 고마웠다.

    정말 말하고 싶지않은 돈 얘기였지만
    아직은 친구들에게 신용을 잃지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도 뿌듯하고
    친구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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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9. 20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물기를 머금은 날씨가
    꼭 게으름 피우기에 알맞다.

    산에 가려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접고 말았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가을은 성큼 한 발자욱 더 가까이 다가오리라!

    엊그제까지 활짝 열어젖혔던 창문들을
    이젠 꼭꼭 닫아놓고도 싸늘한 느낌이 들어
    따뜻한 온돌방의 아랫목이 그립다.

    예전에는 뜨거운 여름날에도
    발이 시리다며 양말을 신곤하던 노인네들이
    이상하다 생각했었는데
    이젠 내가 그 나이가 가까워
    양말을 꺼내 신게 되었다.

    이제 하나 둘
    친구들의 자녀 결혼 소식이 오가는데
    마냥 기쁘지만 아니한 것은
    새삼 나이 들어감을 확인해서일까 ?

    '못 먹을 건 나이'라던
    옛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른다.

    (2004. 8. 16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그렇게 기세 등등하던 더위도 이제 한풀 꺽이나봅니다.

    친구들 휴가는 잘 다녀왔나요?

    우리는 휴가를 시골집으로 다녀왔습니다.

    며칠전에 친정엄마가 다녀가라는 연락을 하셔서 내려갔더니
    보신탕이며 맛있는 것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다른 육류는 무척 좋아하는데
    보신탕만은 나이 50이 다되도록 아직 입에 대지않았는데
    며칠 앓고 난 뒤끝에다
    몸에 좋다고 자꾸 먹어보라고 권하시는 바람에
    먹어보니 맛도 좋고 먹을만 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니 몸에 좋다면 이제 가릴것이 없나봅니다.

    보신탕을 안먹는 딸을 위해
    따로 비싼 꽃게탕도 끓이셨는데
    그것보다 보신탕을 더 먹고 왔지요.

    동생네 식구랑 춘장대에 가서 바다구경도 하고
    고무보트에 올라앉아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흔들거리며
    아이들처럼 깔깔거리며 물놀이도 즐겼습니다.

    애들이 크니까
    휴가도 "엄마 아빠 둘이서 다녀오세요."하며 따라나서지 않으니
    여름바다는 생각도 못했는데
    조카들이 아직 어린 탓에 같이 바다에 뛰어들어
    모처럼의 바다 나들이가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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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7. 19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달 아래 호박꽃이 화안한 저녁.

    군색스럽지 않아도 좋은 넓은 마당에는
    모깃불이 피워지고 옆에는 멍석이 깔리고,
    여기선 여름살이 다림질이 한창 벌어진다.

    멍석자리에 이렇게 앉으면 시누이와 올케도 정다울 수 있고,
    큰애기에게 다림질을 붙잡히며
    지긋한 나이를 한 어머니는 별처럼 머언 얘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함지박에는 가주(방금) 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오란 강냉이가
    먹음직스럽게 담겨 나오는 법이겠다.

    쑥댓불의 알싸한 내를 싫찮게 맡으며
    불부채로 종아리에 덤비는 모기를 날리면서
    강냉이를 뜯어먹고 누웠으면 여인네들의 이야기가 핀다.

    이런 저녁,
    멍석으로 나오는 별식은 강냉이 뿐이 아니다.

    연자간에서 가주 빻아 온 햇밀에다
    굵직굵직하고 얼숭덜숭한 강낭콩을 두고 한 밀범벅이 또 있겠다.

    그 구수한 맛은 대처의 식당 음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온 집안에 매캐한 연기가 골고루 퍼질 때쯤
    쑥 냄새는 한층 짙어져 가경으로 들어간다.

    영악스럽던 모기들도 아리숭아리숭하는가 하면
    수풀 기슭으로 반딧불을 쫓아다니던 아이들도
    하나 둘 잠자리로 들어가고,
    마을의 여름밤은 깊어지고
    아낙네들은 멍석 위에 누워서
    생초 모기장도 불면증도 들어보지 못한 채
    꿀 같은 단잠이 퍼붓는다.

    쑥을 더 집어넣는 사람도 없어 모깃불의 연기도 차츰 가늘어지고 보면,
    바다 밑처럼 고요해진다.

    굴 속에서 베를 짜던 마귀할미라도 나와서 다닐 성부른 이런 밤엔,
    헛간 지붕 위에 핀 박꽃의 하이얀 빛이 나는 무서워진다.

    한잠을 자고 난 애기는
    아닌 밤중 뒷산 포곡새 울음소리에 선뜻해서
    엄마 가슴을 파고들고,
    삽살개란 놈이 괜히 짖어 대면 마침내 온 동리 개들이
    달을 보고 싱겁게 짖어 대겠다.

    ------------- <노천명의 여름밤> --------------


    그렇찮아도 요즘 그리워했던 시절과 어쩜 똑같은지
    반가운 마음에 옮겨보았다.

    어릴적 외가에서의 여름밤 풍경이 이랬다.

    낮 동안에는 아이들과 어울려 놀다가
    저녁이 되면 엄마 생각에 울적해 있으면
    외숙모나 외할머니가 옛날 얘기도 해주시며 달랬는데
    그러다가 스르르 잠이 들면 날 업어서 안방 모기장 안에 뉘었다.
    때론 잠이 깼으면서도 업힌게 좋아서 잠든 척 그냥 있었던 적도 있다.

    매캐한 모깃불 냄새가 바람이 반대로 불면 내게로 달려들어
    쿨룩거리며 눈물도 글썽이게 해 그때는 싫었는데
    이제는 그 냄새까지 그립다.

    여름이면 그러한 풍경을 떠올릴만한 곳을 찾아
    친구들과 같이 떠나보고 싶다.

    마당에 누워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강낭콩이 숭숭 박힌 밀범벅을 먹으며
    도란도란 살아온 얘기도 나누며................

    (2004. 6. 24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일정대로라면 지금쯤 연주대바위에 앉아 서울시내를 내려다보며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목을 축이고 있을텐데 얼음찜질을 하고 있는 내 꼴이라니.... 날씨가 좋지 않아서 또는 몸이 허락치 않아서 산행을 못하다가 지난 화요일 즐거운 마음으로 산에 올랐는데 비가 와서 계곡물이 많이 불어있었다. 그런데 그 계곡을 건너뛰다가 그만 미끄러지고말았다. 왼쪽 발목이 뻐근하고 시큰거려 한참을 진정한 후에 걷기 시작하여 무사히 하산을 했는데 버스를 타고 집앞에 도착하여 내리려하는데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다리를 절룩거리며 집에 들어와 양말을 벗어보니 발목부위가 소복히 부어올라있어 복숭아뼈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친구와 상가에 가기로 약속해서 일찍 내려왔는데 이상태로 걸으면 안될 것 같아 약속을 취소하고 병원에 가자니 걷기도 힘들고 몸에 열도 나는 것 같고 귀찮은 마음에 그대로 누워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집앞 한의원에 가니 연골타박상이라며 침 몇대를 놓아주고 얼음찜질을 하고 발을 높게하고 한동안 움직이 말라고 한다. 식구들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아이고 이 답답한 마음을 어찌할거나!

    (2004. 6. 14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장마김치를 담갔다.

    친정엄마가 총각김치와 배추김치를 담가주셔서
    7월까지는 견딜만한데
    장마가 끝나고 나면
    배추값도 비싸고, 맛도 떨어져
    장마가 시작하기 전에 미리 담가야겠다고 시작을 했는데
    아휴 힘들어!

    그래도 요즘은 김치냉장고가 있어서
    미리미리 담가서
    몇달씩 저장을 해놓고 먹을 수 있으니 참 편리하다.

    하루종일 낑낑대며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본 딸애는
    "사먹지 그래?"하는데
    값도 비싸거니와
    귀찮아도 내손으로 담그는 김치 맛만 하랴!

    김치냉장고에 김치가 가득하니
    부자가 부럽지않게 든든하다.

    김치만 있으면 다양하게 반찬을 만들 수 있다.

    입맛도 없고 밥도 하기 귀찮을 땐
    국수를 삶아 폭 익은 김치를 송송 썰어넣고 비빔국수를 해도 맛있고,
    참치를 넣고 동그랑뗑도 부쳐먹고,
    햄이나 베이컨을 넣고 볶아 먹을 수도 있고,
    돼지고기를 넣고 찌게도 끓이고,
    돼지고기 수육을 알맞게 익은 김치에 싸먹기도 하고,
    (아~ 침 넘어가네. 잘익은 김치가 있는데도 요즘 약먹느라고 돼지고기는 금기사항이라...)
    비오는 날에는 부침가루에 쫑쫑 썰어넣고 김치전도 부치고,
    조금 고급스럽게는 김치쌈전골까지
    이외에도 다양한 김치요리를 할 수가 있다.

    거기에 영양까지 만점이니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밖에.....

    어쩌다보니 김치예찬론자가 되어버렸네.

    (2004. 6. 8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서울대병원에서 진료가 있는 날이어서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가
    진료를 마치고 버스를 타러 나와서
    창경궁을 바라보며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별로 유쾌한 소리를 못들어서인지
    기분이 우울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기분전환도 할겸
    오늘은 우아하게 왕비가 되어 궁이나 산책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녀가 없는 왕비는 어떤 느낌일까?

    아직 일러서 문을 안열었으면 어쩌나 생각하며
    매표소 쪽으로 갔는데
    아뿔싸!
    가던날이 장날이라고
    정기휴일 팻말이 붙어있네.

    근처에 있는 친구를 찾아갈까?
    아니면 나오라고 전화를 할까?

    대학로로 가서 연극이라도 보자니
    너무 이른 시간이고
    오랫만에 밖에 나오니
    그대로 집으로 향하기에는 아쉬워 망설이다가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내 건강은 산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일 산행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모든걸 접게 만들었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가진것도 없고
    건강한 행복 외에 또 뭐가 있겠냐며
    건강을 챙기라며
    병원 다녀왔다는 보고와 함께
    남편에게 메일도 보내고
    비록 왕비가 되어보진 못했지만
    이렇게 카페에 들어와 노닥거리는 재미도 괜찮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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