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5. 8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어제는 거금을 들여 또 약을 구입했다.

지난 주에는 관악산에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앞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자꾸 뒤를 돌아보며 내 얼굴을 바라보아서
저 아저씨가 왜저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얼굴을 보고 민간요법 하나를 가르쳐 주었다.

그분도 내얼굴과 똑같았는데
옻나무순을 다려먹고 나았다고 했다.

난 신장때문에 그렇다했더니
나을 수 있다며
관악산에도 옻나무가 있으니 꼭 해보라는 것이었다.

민간요법에 대해서 전에는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는데
우리 아들 초등학교 때 천식으로 서울대 병원을 다니며
고가의 수입 약품을 써가면서도 차도가 없었는데
친정엄마가 민간요법으로 다려준 약을 먹고 완치를 했고
천식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그 방법을 권하여 몇사람이 효험을 봤다.
그후로는 민간요법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 아저씨의 처방에 귀가 솔깃했지만
옻이 탈까봐 걱정을 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마침 시골에 내려갈 일이 있어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옻나무순을 구해주셔서
일주일째 다려먹었는데 역시 별 효과가 없었다.

또 다시 채념하고 있었는데
어제 들른 약국에서 약사가 한달이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말에
물에 빠진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또 약을 구입하고 말았다.

이번엔 제발 낫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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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4. 7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다.

돌 선물을 하려고

애기옷을 보러 다녔는데

예쁘고 귀여운 옷들이 얼마나 많은지

딸 하나 더 낳아서

이런 옷들 입혀서

예쁘게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애들이 예뻐 보이면 나이든 징조라던데

지나가는 애들을 보면 눈이라도 한번 찡긋하며

미소를 지어보이고

어떤 땐 볼이라도 한번 만져보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옛날 어머니나 할머니들이 하던 버릇을

내가 하고 있다.

(2004. 3. 24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우리 남편이 애완견 한마리를 기르자며 여러번 강요를 했지만
안된다며 극구 말렸지요.

그런데 어제 얼떨결에 강아지 한마리를 분양 받게 되었습니다.

5개월 된 말티즈종인데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는지
사람을 잘 따르고
무척 영리하며 얼마나 애교를 떠는지
사람이 바닥에 앉아 있으면 무릎에 올라앉고
하는 짓이 꼭 어린아이와 같이 귀여워서
애들이 다 커버린 집안에 아이가 생긴 듯 활기가 돌았습니다.

퇴근해 들어오던 남편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끌어안고 입맞추고 어찌나 예뻐하는지
질투가 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환경이 바뀐 탓인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아무데서나 볼일을 보는데
야단을 치려하면
미리 알아채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꼬리를 내리고 웅크리고 앉아
슬픈표정까지 짓고 불러도 못 들은 척
계속 부르면 고개를 외면하는 능청까지 떨었습니다.

그런데 비위가 약한 나로서는
이 뒷처리가 도저히 감당하기가 힘들었지요.

밤에는 혼자 재우기가 안쓰러워
거실에서 동침을 했습니다.

우리 애들도 어려서 부터 따로 재웠는데
팔자에도 없는 강아지를 끌어안고 자야했습니다.

털도 날리고 싫으면서도 자꾸만 앵기는데
차마 밀쳐낼 수가 없더군요.

계속 갈등을 느끼는 걸 본 딸애가
불쌍하지만 더 정들기 전에 하루빨리 좋은 주인을 찾아주자며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공짜라면 아무나 가져갈까봐 어느정도의 가격을 올렸는데
같은 종의 4년생을 키운다는 학생이 연락을 해서
월요일에 가져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좋은 주인을 만난 것 같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강아지를 데려 온 곳에서 연락이 와서
사정을 얘기 했더니
실은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잘 키울 것 같아 보낸 것이라며
다시 데리러 온다고 했습니다.

막상 보내기로 작정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데려간다고 하니
불쌍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딸애한테 연락을 하니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놓고 보내라하고
남편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며
전화를 끊고 나서 또 다시 전화를 해 일요일 까지만 참아 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새 주인이 직장생활을 하는 혼자사는 아가씨라는 것을 알고
낮동안 종일 혼자 있을 걸 생각하니
보내기가 안쓰럽고 왜그리 불쌍한지
보내놓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다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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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3. 17 카페에 올린글을 옮겨 오다)

..
      여자의 행복 여자들은 커다란 것보다 아주 작고 단순한 것에서 자주 행복을 느낀다. 말끔하게 청소를 하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 하고 흰빨래를 하얗게 삶아 햇볕에 널며 행복해 하고 음식을 만들어 온가족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 모습에 행복해 하고 낡았지만 남편의 구두를 윤이 나게 닦으면서 행복해 하고 보고 싶다고 걸려온 친구의 전화를 받고 행복해 하고 해맑은 아이의 웃음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비갠 뒤의 청명한 하늘을 보고도 행복해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가족이 있기에, 친구가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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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3. 4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산을 내려 올 때만 해도
하나, 둘 눈발이 날리는 듯 하더니
어느새 하얗게 변해버린 세상!

폭설주의보까지 내려지니
겨울인지 봄인지...

봄이 더디오는 것은
총각이 아닌 처녀라서
수줍어하기 때문이라네요.

쌓인 눈을 바라보니
첫눈인 듯 누군가가 만나고 싶어지네요.
연탄난로가 있는 시골스런 풍경에서
빙 둘러앉아 고구마도 구어먹고 싶고,
통키타를 치며 옛적에 즐겨부르던 노래도 볼러보고 싶고...

딸애는 아직 안들어오고
아들놈이 일찍 학원에 가서
이른 저녁을 먹고
혼자 눈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감상에 젖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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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2. 5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아직도 산에는 흰눈이 그대로 쌓였는데
차가운 날씨에도 입춘이라서인지
마음이 설레이고
왠지 모를 기다림이 있다.

봄은 여인의 옷자락에서 온다했던가?
백화점에는 화사한 봄옷이
여인네 마음을 유혹한다.

봄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처럼
내몸에도 새순이 돋고
초록물이 오를것만 같은데......

언젠가 부터 봄이 올적마다
앞으로 몇번의 봄을 더 맞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되었다.

침대카바 벗겨 빨고
커텐도 빨고
흰빨래며 수건도 깨끗이 삶고
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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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2. 29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2004년도 포켙용 수첩을 하나 샀습니다.

올 수첩을 보면서 옮겨 적을 것을 찾다가
지난 한해의 기록들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생일과 제사 기념일 등의 기록을 보며
그날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한달에 3권의 책을 읽기로 작정하고
달마다 읽은 책들이 적혀있는데
처음 몇달은 잘 실행하다가 멈춰버려
한달에 1권정도 읽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감명 깊었던 귀절을 기록해 놓은 걸 다시 읽으며
그 때의 느낌이 다시 떠 오르기도 했습니다.

여행가서 쓴 경비도 기록되어 있고

모임 약속이 기록된 곳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다시 느껴보고 싶은 감정들이 떠오릅니다.

가장 많이 기록된 것은 서울대병원 예약이었습니다.
한주에 많을 땐 3회 예약이 된적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그주는 녹초가 되어서 병원가는 일이 끔찍한 주였지요.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매주 관악산을 오르내리는 재미로 지냅니다.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옮겨 적는 것을 본 남편이
"주소록이 따로 있는 수첩을 써야지."하는데
일년에 한번씩 친구들의 이름을 다시 써보며
모습을 떠 올리는 것도 괜찮은 느낌입니다.

전에 어떤 친구가 내 수첩을 보다가
"뭣하러 한문으로 적었니?"하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주부로 지내다보니 글을 쓸 기회가 거의 없어
알량한 한문 실력이나마 그마저도 없어지고
읽는 것도 가물거려
수첩의 기록을 볼 때마다 몇번은 보게되니 자연히 익히게 되고
또한 친구들의 이름은 경조사 시에 축조의금 부탁을 받으면 필요하여
나름대로 한문을 쓰고 있었는데
잘 쓰지도 못하는 한문을 보고 의아했던 모양입니다.

내년에도 더욱 건강을 챙기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기록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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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1 18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새벽에 시계의 자명종 소리가 울렸는데
일요일의 피로가 덜 풀렸는지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버튼을 누르고 도로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든 새에 꿈을 꾸게되었다.

세수를 하고 났는데
옆에 갈색 피부의 흑인 할머니가 누워 계셨다.
이목구비도 크고 얼굴도 큰데
표정은 웃음 띤 선한 모습이었다.
꿈속에서도 건강이 좋지않아서
그 할머니의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세수를 해드리려고 하니
사양하시는데 억지로 씻겨드리니까 무척 좋아하셨다.
이마, 볼, 코 마지막으로 입과 턱을 씻겨드리려고
세수대야에 손을 담그려고 하니
할머니 배위에 놓인 세수대야의 물이 엎질러져 있었다.
하얀 플라스틱 세수대야에 물은 아주 조금이라
할머니가 웃는 바람에 흔들려 엎질러진 것이다.
그래도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둘이가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다가 깨었는데
현실처럼 선명한 꿈속의 일이 너무 이상하고
얼굴을 씻겨 드릴 때의 피부 감촉이 꿈을 깨서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시계를 보니 7시가 넘어서
헐레벌떡 일어나 애들 깨우고
정신없이 밥을 하면서도
꿈속의 일이 머릿속을 맴도는데
개꿈이려니 생각하고
늦잠으로 한바탕 부산을 떨었다.
그리고 재활용품 분리수거일이어서
딸애와 같이 지난주에 비가와서 못한 것까지
많은 분량의 분리수거를 마치고 들어서려는데
현관에 병원차가 서있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들것을 든 기사가 타고서 8층을 누른다.(우리집은 9층)
8층에 중풍을 앓고 계신 할머니가 계셔서
더 편찮으신가보다 생각하는 찰라
그 기사분 손에 하얀 광목천이 들려 있는게 보인다.
"804호 할머니가 더.. 혹시 ......."
"돌아가셨대요."
"어머! 언제요?"
"지금 연락 받고 오는 중인데요."

그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쫘악 소름이 끼친다.
꿈에서 깔깔거리며 같이 웃던 갈색 피부의 할머니가
804호 할머니 였던 것이다.
중풍으로 말씀을 못하시고
아들 내외가 음식점을 하고있어서
수발 드시는 분이 따로 계셨다.
사람 드나드는 것을 싫어하셔서
그집에서는 반상회도 안해서
대화를 해본적도 없고
얼굴은 언젠가 알뜰시장에 아주머니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셔서
스치 듯 꼭 한번 본 기억이 있다.
풍채 좋은 부잣집 마나님의 모습이었는데
꿈에 본 그 얼굴이었다.
지난 여름에 자주 그 할머니의 울부짓는 소리가 화장실을 통해 울리듯 들렸는데
얼마나 우렁찬지 꼭 커다란 동물의 울음소리 같았다.
그럴때마다 더 편찮으신가?하는 생각과 함께
혼자 있을 땐 무서운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잠잠했었다.

그런데 왜 그 할머니가 내 꿈에 나타난 걸까?
살아 생전 그분에게 아무것도 해드린게 없는데......
가끔 울부짓을 때면 얼마나 답답하실까
혹시 책을 좋아하시는 분 같으면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니까
책이라도 읽어드릴까 간혹 이런 생각을 해본게 고작인데.....

피로가 안풀려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산책도 안가고 쉬려다가
무서움증이 가라앉질 않아서 그대로 있을수가 없었다.
산책을 하면서도
영혼의 교류라는게 정말 있는 것일까?
이런전런 생각들로 어떻게 돌았는지 모른다.
많은 죽음을 보아왔으면서도
아직도 무섭고 두렵고........

이세상의 모든 무거운 짐을 훨훨 벗어버리고
하늘나라에서는 평화로운 영생의 길 가시도록 기도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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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부터 보라매공원 솔숲에
새까만 토끼 한마리가 뛰놀고 있다.

산책길에 나타나서는
사뿐사뿐 몇 발자욱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멀리 달아나지도 않고
사람을 별로 경계하는 눈치도 아닌걸 보면
누군가 키우다가 버린 듯하다.

아무리 동물이지만
정을 주고 기르다가 어떻게 내다버릴 수 있을까!

토끼눈은 모두 빨간색인 줄 알았는데
또랑또랑한 새까만 눈망울이 어쩜 서글퍼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오늘은 작업인부들이 삽이며 곡괭이를 들고
그 토끼를 쫓고 있는게 아닌가

제대로 크지도 않은 것을 잡아서 어쩌겠다는 건지.........

눈이 내리는 겨울까지 살아있을런지 모르지만
살아있다한들 추운 겨울은 또 어떻게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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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0. 13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어제 저녁에 체했는지
아침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산책도 못가고 누워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지난 주말에 설악산에 다녀왔노라며
단풍이 어떻고 저떻고
같이 갔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잖아도 산에 못가서 안달난 사람한테 불을 질러놓는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베란다를 들랑거리며 관악산 바라보기를 여러번,
점심을 먹고나니
연극공연을 가자는 전화가 오는데
힘들다며 사양하고
책이나 볼까하고 펼쳐드는데
친구가 전화를 했다.
하늘공원에 가잔다.
머뭇거리며 냉큼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집까지 데리러온다는데 마다할 수가 없다.
실은 오늘 아들놈이 소풍을 가는데
어제 도시락 준비를 하면서 넉넉히 준비를 했다.
나두 도시락을 싸가지고 누구든 불러내어
하늘공원에 가자고 할 판이었다.
그런데 몸에 탈이 나서
그 도시락은 딸에게 아침 안먹은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며 들려보냈다.
그러니 하늘공원 소리에 귀가 솔깃할 수 밖에........
서둘러 세수를 하고
뜨거운 커피만 몇잔 준비하고나니 친구가 도착했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가로수와
투명한 햇빛,
점점 떠다니는 갖가지 모양의 구름들,
월드컵분수대에 떠오르는 황홀한 무지개까지
얼마만에 보는 무지갠가!
짜증으로 가득한 기분을 모두 날려보내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공원에 오르는데
메밀꽃처럼 생긴 자잘한 하얀 꽃송이들이 가득 피어나
꼭 눈이 내린 것만 같다.
나중에야 꽃이름이 '서양등골나물'이란 걸 알았다.
공원에 올라서니
드넓은 평원에 억새꽃이 하늘하늘 장관을 이루고 있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신혼여행 때
제주도 산굼부리에서 온산 가득한 억새꽃에 넋을 잃은 적이 있었는데
그후로 이렇게 많은 억새꽃은 처음이다.
한동안 만발했을 야생화들은
이름표만 남긴 채 거의 시들어가고
그나마 한두송이 남아있는 모습으로
모르고 지나치던 꽃이름도 익혔다.
노란 들국화가 산책길을 따라 연이어 피어있고
바로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잔잔한 한강물에 반짝이는 햇살에 눈이 부시고
맑은 날씨는 서울시내와
멀리 북한산의 속살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듯............
쓰레기산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멋진 모습으로 변신한 하늘공원을
이 가을이 가기전에 한번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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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0. 11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베란다를 건너 거실까지 들어온 햇볕이
며칠전부터 자꾸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행주며 도마도 널어보고
칫솔이며 일광소독을 할 수 있는 건 모두 내어 놓기도 했다.

오늘은 아파트에 알뜰시장이 서는데
동글동글한 애호박이 나왔다.

옛날에 친정엄마가 이때 쯤이면
마악 열리기 시작하는 애호박을 썰어 말리시던 생각이 나서
4개를 사가지고 왔다.
썰어놓고보니 제법 많았다.

우리 남편이 호박고지 나물을 좋아해서
말린 걸 사다 해먹어보니 친정에서 먹던 맛이 아니어서
그뒤로는 사먹질 않았다.
호박 말리는 걸 보면 우리 남편도 좋아할 것 같다.

베란다에 주욱 널어놓고 나니 시골집 마당이 생각난다.
아마 지금 쯤 콩도 말리시고
호박도 말리시고
나물 고추도 말리시고
때론 감도 깍아 말리고 계시겠지.

감을 말리실 때는
감을 무척 좋아해서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꽂감이 되기전의 말랑말랑한 반건시를
오며가며 주워 먹다보면 꽂감이 되기전에
다 먹어버리곤 했다.

감도 사서 깍아서 말려 보고싶은데
서울에서는 땡감을 구할수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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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0. 3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어제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초가을의 정취를 느껴보자며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을 찾았다.

약속장소가 엇갈려 기다리는 장소를 서로 달리하는 바람에
만남부터 헤프닝이 벌어졌고
11시 약속에 12시가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며 약간의 짜증도 났다.

어렵게 어렵게 다들 모여 산림욕장을 산책하는데
아줌마들 웃음소리에 한적하고 조용하던 산길이 갑자기 활기를 띤 듯하다.

아직 단풍은 없었지만
오랫만에 걷는 숲길이 너무 좋다.
모두들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고
참 행복하단다.
그리곤 대화의 많은 부분이 노후에 대한 얘기로 흐르 걸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1시간을 예상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인지 3시간 가까이 걷다보니
점심시간은 한참 지나서 배는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모두들 지쳐있었다.

겨우 식당에 도착하여 점심인지 저녁인지를 주문하고 뻗어버렸다.
약속시간에 제일 늦은 친구가 낸 맛있는 점심을 먹고
다시 활기를 되찾은 듯
놀이동산으로 향하였다.
이름하여 "빅5" 공짜표가 생긴것.
소풍철이라서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가득한 그곳으로
아줌마들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놀이동산에 들어서자마자 '마법의 양탄자'가 나타났다.
처음 놀이동산에 놀러온 초등학생들처럼 들뜬 기분으로 대열에 끼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난 컨디션도 별로 좋지않고 병원에서 고혈압주위보를 받은 터라
가방을 지키며 벤취에 앉아 모두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양탄자가 날아오르기 시작하자마자 핸드백이 날아오고
머리를 쳐박고 질러대는 괴성에 구경하는 재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내려오는 우리의 아줌마들 정말 정말 용감했다.

이번엔 '팽이그네' 앞에 와서
다시는 안타겠다는 친구와
지금 아니면 언제 타보겠냐며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먼저 출발한 팀에서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하자
누구라 할 것도없이 슬금슬금 대열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곤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웃어댔다.

이젠 저학년 초등학생 수준급의 놀이기구들을 찾아 두리번 거리다 '사슴썰매'를 선택했는데
그마저도 사양하는 친구가 있고
탑승기준에 80cm이상의 키를 보며
00이(김00 아들)수준인데 뭘 그러냐며 모두들 탑승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고개를 숙이고 눈도 못뜨고 있는 모습에 배꼽을 잡았다.
그외 '무지개자전거', '회전목마'를 타며 역시 우리는 '회전목마' 수준이라며 두번씩이나 탔다.
남들은 주책없는 아줌마들로 보일지 모르지만
모처럼 동심의 세계에 빠져본 하루가 마냥 즐겁기만했다.

저녁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멋지게 쏜 친구에게 고마워하며
"위하여!"를 외쳤다

"우리의 아줌마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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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0. 1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아주 잠시지만
안개비가 내리는 숲길을 걸었다.

아직은 여름의 싱그러움이 남아있는
비에 젖은 나뭇잎들이
내게 생명력을 더해주는 듯 했다.

맑은 공기와

숲의 향기도 좋고


서울 한복판에

이처럼 고요한 숲이 있음이

믿기지 않는다.

참 행복했다.

오랫동안 보고싶었던

친구와 함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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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8. 13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올 여름은
정열적인 원색의 계절답지 않게
시름시름 앓다 가버린 것 같아 아쉽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름인데
벌써 입추가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이 추운 느낌마저 든다.

7월을 여름과 같이 그저 시름시름 보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싫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내가 살아있는건가 자문해보기도 하고
컴퓨터 자판도 치다보면 손이 저려
카페에도 자주 출입을 안하니
친구들이 전화로 안부를 물어오는데
오늘은 글을 올려야지 올려야지 하다가
어느새 한달이 그렇게 휙 지나갔다.
세월이 참 빠른것 같다.
쉬고 싶은 생각과 함께
운영자를 바꿔볼까도 생각해 보았었다.

지금은 방학동안 만이라도 우리 애들을 위해주고 싶어서
세끼 밥 챙기고
사이사이 간식 만들어 주고
그간 못해준 것 열심히 챙겨주고
그러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난다.
이일도 쉬운일이 아니다.
어느 땐 오동통 너구리처럼 부어올라
일주일 내내 저녁은 피자를 시켜주기도 했다.
다큰 애들인데도 엄마가 집에 있어서
이것 저것 챙겨주니 좋은가보다.

이 저녁 마음의 갈등으로 짜증이 난다.
누군가 내게 부탁을 해오는데 거절을 했다.
전에 들어준 부탁으로 많이 고통을 당하기도 했거니와
그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밥은 굶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돌려보내고나서
도덕적으로나 내신앙의 잣대로 봐서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데
그러지못하는 괴리감에 자꾸 짜증이 나고
이런 갈등에 쌓이게 하는 그사람이 너무 싫다.

오늘은 먹지도 못하는 술 한잔이 생각난다.
보름달이 내다보이는 분위기 좋은 칵테일바에서
예쁜 빛깔의 술을 음미하며 인생을 논해 봄도 좋으련만........

(2003. 7. 2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어제 가평에 다녀오는 길에
개망초꽃이 만발한 걸 보았습니다.

무리지어 피어난 꽃들이
멀리에서 바라보니 마치 메밀꽃이 핀 듯 합니다.

흰 꽃빛깔 때문인지
아니면 소박하고 청초한 꽃모양 때문인지
꽃의 이미지가 고독하고 쓸쓸한 느낌이 듭니다.

이 꽃을 볼 때면 스님 한분이 떠오릅니다.

스무살이 갓 넘었을 무렵
대전으로 연수를 갔다가
휴일에 그때 대전에 살았던 나ㅇㅇ과 전ㅇㅇ을 만나
화양동계곡에 놀러 갔었지요.

집채만한 넙적바위들의 웅장함과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계곡을 따라 걷다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느 조그만 암자에 도착했지요.

절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절옆에 개망초꽃이 만발한 걸 발견하고 감탄을 했지요.
아마도 밭이었던 것 같은데
해거름 윤작을 하는지 꽤 넓은 밭에 개망초만 한밭 가득 피어
정말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그 밭에 들어가 깔깔거리며 얘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한참을 떠들다 나오는데
언제 나오셨는지 밭언덕에 젊은 스님 한분이
아무 말 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앉아 있었습니다.
까만테 안경을 썼는데
스님이라기보다는 문학소년이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너무 소란을 피운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 스님도 밭에서 일어나 걸어나가는데 다리를 심하게 절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그 스님의 얼굴이 우수에 젖어있었던 것 같고
연민 같은 걸 느꼈습니다.

지금도 스님이 그 암자에 살고 있을런지.............

 

 

 

*그 때 찍은 사진을 찾았어요.

뒤쪽 언덕에 스님이 앉아계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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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6. 29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와~아~~~
아침에 잠에서 깨어
창밖을 내다 본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금방 만들어 놓은 세상처럼
때뭍지 않은 깨끗한 공기, 바람, 햇빛 등등
모든게 투명해 보인다.
날씨만으로도 행복한 마음이 가득하다.

공원 산책을 하면서도
마음이 흐뭇하고
들로 산으로 떠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러나 놀고 싶다고 마냥 놀수만은 없는 주부의 몸인지라
지난 주부터 장마김치를 담아야 하는데
결혼식에, 무슨 무슨 행사에
있는 건 시간 뿐인 것 같은데 일이 꼭 겹치고 마네.

오늘은 다짐을 하고 알뜰시장에서
김치거리를 사들고 집에 도착하니
친구들의 전화가 나를 유혹하네
어쪄랴 배추를 10통이나 사 놓았으니
내 생애 가장 많은 배추를 사 놓았는데...........

하루종일 배추를 절여 김치를 담는데
허리는 끊어지고
누웠다 일어났다를 여러번
난 왜 이리 미련하게 욕심이 많은지
일을 하면서도 조금만 살걸.. 후회가 된다.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는데
요즘 몸이 좀 가벼워 지니까 자꾸 마음이 달라진다.

지금도 허리는 아파서 구부정한데
2통 가득한 김치를 보니
마음은 부우~자 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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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6. 12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나는 지금 질경이를 삶고 있다.

지난 일요일 교회에 다녀오니
내가 나갈 때 잠들어 있었던 남편이 외출하고 없었다.
휴일에도 자주 출근을 하던터라
또 출근했겠거니 생각하고
저녁 때가 되어서야 식사를 어떻게 할건지 궁금하여
사무실로 전화를 했더니 받질 않고
핸드폰을 하니 통화를 할 수 없다고 나온다.
그런 남편이 11시가 다 되어 들어오는데
기분 좋게 한잔까지 한걸 보니 짜증이 나서
식탁위에 까만 비닐 봉투를 내려놓는데
열어보지도 않고 방으로 들어가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봉투를 열어보니 질경이가 뿌리 채 뽑혀 흙에 뒤범벅 되어 있었다.
질경이로 나물을 해먹는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해보지도 먹어보지도 않았던터라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소금을 넣고 데쳐서 무쳐도 먹고,
볶아도 먹고,
튀겨도 먹고,
국도 끓여 먹고,
김치도 담가 먹고,
날것으로 쌈도 싸먹는다고 되어있었다.
질경이로 이렇게 많은 요리를 해먹을 줄이야
그런데 씨까지 맺혀 억세디 억센 것으로 나물을 해먹기는 곤란하고
버릴까 하다가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고 잊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발견하고는
이거 억세서 나물도 해먹을 수 없고
버린다고 했더니
삶아서 물을 마시란다 신장에 좋다고.
그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찡하고
그저 속좁은 아낙네의 경솔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다시 인터넷검색을 해보니
인삼, 녹용에 못지 않는 훌륭한 약초로
만성간염, 고혈압, 부종, 기침, 변비, 신장염 등
온갖 질병에 만병통치약으로 두루 효험이 크다고 나와 있다.

지금 생각하니 일요일날 날씨도 무척 더웠는데
땀을 흘리며 굳은 땅에서 흙범벅이 되도록 질경이를 캐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자기 속도 몰라주는 마누라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오늘 저녁에는 "자기가 최고야!" 라고 속삭여줘야지~~~~~~~~~~~

(2003. 6. 12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번개를 치니까 비가 오는건지
번개팅만 하면 우요일이네.
비가 오거나 말거나 아줌마들은 용감했다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하여 분수대 앞에서 책을 보며 친구들을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나타나질 않고
내가 날짜를 착각했나 다시 생각해봐도(집에 있다보니 때론 날짜와 요일 감각이 둔해짐)
역시 오늘이 분명한데..........
눈들이 침침하여서인지 마주 바라다보이는 곳에서 기다렸는데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한참을 기다려서야 만나는 해프닝에
만나는 순간부터 웃음보가 터졌다.

점심으로는 철판볶음밥을 먹었는데 그게 문제였던 것일까?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려고 커피전문점에 들어갔는데 왠지 본전 생각이 나서 그대로 나와 자판기 커피를 찾다가
지하로 한층 더 내려가 모은행 안에 있는 자판기 커피를 빼들고 다시 올라와 커피전문점 맞은편 의자에 앉아 웃음을 터트리며 우리들 스스로도 뻔뻔함에 놀랐다.

개봉된지 오래된 영화여서인지 시간이 일러서인지 유명세와는 달리 관람석은 많이 비어있었고
우리는 한가하게 로얄석으로 자리잡아 오랜만에 영화에 몰입했다.
영화 내용들은 다 아실테고 시골양아치 같은 형사역의 송강호가 얼마나 와일드하고 리얼하게 연기를 하는지 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이러다 송강호 팬이 되는건 아닌지........

영화가 끝나고 그리고 난 예술의 전당으로 2차 공연관람이 약속되어 있었었는데
00가 기수를 잘못 돌리는 바람에
마음 약한(?) 로제 유혹 당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쪽 약속을 취소하고 우중의 드라이브가 시작 되었던 것이다.
적당히 내리는 비는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 자연경치와 어우러져
우리를 소녀적 감상에 젖어들게 만들었고
들뜬 이 기분을 그대로 집으로 향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강이 내려다 보이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렀는데
테으블크로스가 공포의 빨강색!
(영화에서 비오는 날에 빨강색이 주 살해 대상이 됨)
그래서 또 까르르~~~~~~~~~
그리곤 장흥으로 바람이 불어 동동주에 알갱이가 씹히는 기가막힌 감자전까지 이렇게 3, 4, 5차를 아니 00네 집에서 커피까지 하면 6차인가?
그리고 더 이상은 말 못함.
00가 주책없는 아줌마들 소리 듣는다고 입 꼭 다물고 있으라했는데.......
그래도 이 나이 먹어 친구들과 어울려
건강한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우리 아줌마들의 행복을 그 누가 말리겠는가!
너무너무 즐거운 하루였당께.
얘들아 그치~~~~~

(2003. 5. 24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보라매공원 안에 연못 옆에는 조그마한 장미원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이곳은 장미의 계절답게 예쁜 꽃들이 한창 피어나고 있습니다.

빨강, 노랑, 흰색, 연분홍, 진분홍, 노을빛, 크림색 등 갖가지 색깔과

여러가지 모양의 꽃들이 아름다운 여왕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꽃들을 바라보고 있는 난 참 행복합니다.

이곳까지 걸어올 수 있는 건강한 다리가 있어서 행복하고,

예쁜 꽃들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있어서 행복하고,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가 있어서 행복하고,

그리고 이 모든것을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2003. 5. 20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오늘 산책길은 아카시아꽃이 쏟아져 하얀 쌀튀밥을 뿌려 놓은 듯 합니다.
떨어진 꽃잎을 한웅큼 쥐어 냄새를 맡아보니 아직 향기가 남아있고
거기에 건초 냄새까지 곁들여있습니다.
이 꽃이 지고나면 이제 어떤 꽃이 피어날까?

정상부근 반환지점에는 조그만 텃밭에 상추, 쑥갓, 열무, 시금치, 근대, 파, 토마토 등을 심어 놓았습니다.
매일 이곳을 지나치며 채소들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보는 것만도 즐거운데 가꾸는 손길은 그 기쁨이 더 하겠지요?

얼마전에는 약수터도 발견하여 시원한 약수 한컵 마시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에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토끼가 된 기분입니다.
약수터에서 올라와 철봉과 허리돌리기 기구가 있는 곳에 다다르면 맨손체조하고 허리돌리기를 100번하고 나면 제법 땀이 흐릅니다.

동산에서 내려오면 연못가를 걷습니다.
연못에는 오리들이 노닐고
노란 창포꽃과 하얀 수련이 청초하게 피어있고
수양버들 그림자가 물속에 드리워져 그속에는 또하나의 세계가 있는 것만 같습니다.

연못 옆 장미원에는 여러 종류의 장미가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노을빛 장미를 보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습니다.
어느 해인가 아침에 일어나 화단을 둘러보니
이슬을 머금고 피어나는 노을빛 장미꽃이 너무 아름다워 제일 예쁜 꽃으로 한송이 꺽어서
아직 출근하지않은 친구의 사무실 책상에 놓고 나왔습니다.
얼마지나서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고마워!"
"난 줄 어떻게 알았어?"
"너 밖에 그럴 사람이 없어."
그랬던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 그 친구의 소식이 좋지않게 들립니다.
두어번 만나려고 했으나 서로 엇갈려 만나지는 못하고
요즘 친구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난 친구를 믿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새 잔디광장에 다다릅니다.
뛰다 걷다 한바퀴 돌고 나면 한시간이 걸리는 산책이 끝납니다.

예전에 루소나 몽테뉴 등의 글을 읽다보면 산책을 즐겨 자주하던 기억이 나는데 그 이유를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 여러 사물들을 바라보며 걷노라면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글의 소재나 전개도 다양할 것입니다.

가슴이 답답한 친구가 있으면 가까운 공원이나 뒷산 아니면 골목길이라도 산책을 나서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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