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0(금)
고대하던 한라산 철쭉꽃을 보러 가는 날
간밤엔 잠도 설치고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한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가는데까지 가보는 거다.
그래도 오전 중엔 4~7mm로 약한 편이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산으로 가서 후다닥 돌고 내려오면
오후의 많이 쏟아지는 비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울남편 제주에 가서 맛있는 아침을 먹자는 걸
시간을 아끼려고 김포공항에서 나 혼자만 샌드위치와 우유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다.
'지금 제주에는 비가 내리고...'
기내방송으로 제주의 날씨를 알려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온통 비구름으로 가득찼다.
어떻게 온 길인데
한숨이 절로 난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산행이 가능한지 물으니 지금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공항에 마중 나오신 분이 극구 말리신다.
한라산에 150mm 비가 쏟아지고 천둥번개도 친다는 예보가 있었다 한다.
아무래도 나 혼자 가는 길이 많이 불안하셨던가 보다.
여러번 만류를 하시는데도 뜻을 굽히지 않으니
더이상 말리지 못하시고 영실휴게소까지 태워다 주셨다.
영실휴게소에 도착하니 내리던 비도 멈추고 구름이 낀 선선한 날씨가
이대로만 간다면 산행하기엔 최상의 날씨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입가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신이난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고 싶은 심정이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감탄과 흥분된 마음이 계속 이어지는가 싶더니
병풍바위 너머로 구름이 몰려온다.
몰려왔다 몰려가는 구름이려니 했는데
웬걸 선작지왓 넓은 평원의 철쭉꽃을 보기도 전에 폭우가 쏟아지는데
운무에 앞이 가려 아무것도 볼수가 없고 몰아치는 비바람에 고개조차 들 수가 없다.
지난날 휘몰아치던 눈보라가 떠오른다.
오늘도 이 길을 혼자 걸으며 제발 천둥번개만 치지말기를 기도한다.
우비속으로 빗물이 스며들며 완전히 물속을 허우적대는 느낌이다.
한기가 느껴진다.
이래서 저체온증으로 죽어가는 모양이구나!
윗세오름대피소를 향하여 걸음을 재촉한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서너 명의 산꾼이 보인다.
등산화를 벗어 물을 쏟아내고 양발의 물을 짜내고
혹시나해서 준비해온 고아텍스자켓을 입으니 어느정도 추위는 가신다.
그곳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하산코스로 돈내코코스를 물으니 계곡에 물이 불어나서 통행불가란다.
할 수 없이 어리목코스로 바꾸어 하산한다.
너무나 허전하고 아쉬워서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도 감사한 일
이렇게 한라산을 우중 산행도 해보고
또 다음해를 기다리는 행복한 설레임이 있지 않은가!
(영실휴게소~윗세오름대피소~어리목입구)
김포공항을 출발할 때만 해도 하늘이 괜찮았다
울앤 영실휴게소까지 데려다주고 출장지로 떠났다
우리의 불편한 관계(? ㅋㅋ)는 여기까지다.
영실의 아름다운 소나무 숲
푸른 공기가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아름다운 새소리는 더욱 낭낭하게 들리고
윗세오름까지 1시간이면 되겠고
2007년 겨울에 왔을 때는 이런 모습을 하나도 보지 못했었다
철쭉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병풍바위로 구름이 넘어오는가 싶더니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많은 비가 오지 않아 비폭포는 보지 못하고
점점 구름 양이 많아지고
이 모습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쏟아지는 빗속에 이 한 장을 찍어보려고 애를 썼다
많이 흔들렸지만 내겐 귀한 사진
세바람꽃
지난 겨울날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제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고
슬슬 한기가 느껴진다
서울사람이 제주사람 말을 안들었으니
자초한 고생길이지싶다
더 이상은 아무 생각도 없다
빨리 대피소로 가자!
지난 겨울엔 눈보라가 휘몰아쳤는데
오늘은 비바람이 몰아친다
대피소에 가까이 오니
설앵초가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며 한 장 건진다
주인 잘못 만난 카메라가 고생이다
윗세오름 대피소
이곳에 도착하니 조금 불안하던 마음이 놓인다
대피소에 있는 기상실황
대피소를 나와 어리목으로 하산
사제비약수에서 시원한 약수 한 컵 마시고
어리목탐방안내소
눈부신 초록
떼죽나무꽃길
어리목 입구
실풍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사진으로라도 대신
지난 날처럼 어리목 입구 빈 정류소에서 차를 기다린다
택시든 버스든 빨리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