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3. 7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겨울이 아무리 가기 싫어 뭉기적거리며 궁둥이를 들이밀어도 봄의 부드러운 손길에 등이 떠밀리나보다. 우리집 베란다에도 봄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작년 초여름 농장에 가서 사온 페추니아 화분 2개가 처음 사올 때의 기세를 잃고 시름시름하여 한쪽으로 치워놓고 차마 생명이 있는거라 버리진 못하고 별로 신경을 안썼는데 햇볕이 종일 닿는 겨우내 피기 시작하더니 지금까지 진분홍의 꽃들이 쉬지않고 피어나고 있다. 산에서 주워온 나무에 붙인 5촉의 대엽풍란에는 뾰족한 새잎이 나오고 뿌리도 새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친구에게 받은 산세베리아 화분에선 대여섯개의 싹이 돋아나 본잎보다 훨씬 더 길게 자라 쑤욱 올라와 있고 내 키만큼 감아올려진 부겐베리아 줄기에는 잎이 돋아나오고 작은 꽃모양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초록 빛 잎을 아직도 무성하게 그대로 달고있는 두견화의 꽃눈도 날로날로 부풀어지고 있다. 거실에 들여놓은 대여섯개의 게발선인장에는 빨간 꼬마색등 모양의 정열적인 꽃망울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이꽃들이 다 피어나면 우리집 베란다가 화려한 꽃밭이 되리라! 외출을 못하는 요즘은 이들을 돌보며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모습이 마치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는듯 즐겁다. 눈이 오면 산이 먼저 떠올라 배낭을 챙겼는데 다치고 난 후론 눈길이 제일 무서워 하루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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