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쓰시던 전기밥솥을 가져와
밥을 지을 때마다 엄마 생각하며 한 이년 잘 썼는데
자꾸만 김이 새고 밥이 고두밥이 되어서
진밥을 좋아하는 남편이 투정을 했다.
통에 균열도 생기고 수리가 안 될 것 같아
며칠을 고민하다가 할 수 없이 버리기로 했다.
밥솥을 들고 나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하고 왜 그렇게 허전하던지...
엄마 전화번호도 여직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는데
가끔씩 눌러보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했지만
한 번도 눌러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엊그제 엄마번호에 모르는 사진이 올라왔다.
아마도 다른 사람에게 번호가 넘어 간 것 같았다.
그래서 번호를 지우고 말았다.
시골집도 팔려서
시골에 가도 들릴 곳이 없고
항상 꽃들이 피어나던 엄마의 꽃밭도
이젠 볼 수 없게 되었다
철마다 잊지않고 피어나던 동백이랑 목단도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아직도 내 마음에는 엄마의 모습이 생생한데
빨강대문을 밀고 들어서면 반갑게 맞아주실 것만 같은데
이 땅에서 엄마의 흔적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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