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 6. 2. 월요일 흐림
..
.........
저녁을 먹고
00가 예쁜짓을 하라면
두눈을 꼬옥 감고 찡긋 웃어서
온식구가 한바탕 웃었다.
★ 1986. 6. 8. 일요일 맑음
아빠는 00의 예쁜짓이
보고싶어 오셨다는데
잘하던 예쁜짓을
그렇게 얼러도 하려들질 않는다.
00가 종일 설사를 해서 서해병원에 갔다.
세균성 장염이란다.
건강하다고 자랑을 했더니
이젠 병원문을 들락날락하는 신세가 되었다.
★ 1986. 6. 9. 월요일 맑음
잠든 00의 얼굴을 바라보며
오늘도 하루의 피로를 잊는다.
그도 아마 곱게 잠든 이 귀여운 모습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빠라고 느끼련만..........
★ 1986. 6.10. 화요일 맑음
00가 이젠 설사가 멎고
생기가 돌아서
또다시 온방을 헤메고 다닌다.
저녁엔 팥수제비를 주었더니
다 먹고나서는 자꾸만 입을 쫑긋거려서
식구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아빠가 같이 보지 못하는게
못내 서운하기만 하다.
★1986. 6.16. 월요일 비
...
..........
00가 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 1986. 7. 7. 월요일 맑음
00에게 새로운 버릇이
또 하나 생겼다.
"맘마 맘마"하며
자꾸만 입을 뻥긋거려서
붕어란 별명이 붙었다.
★ 1986. 7. 8. 화요일 맑음
00가 건넌방에서 안방으로 넘어오려다
문턱에 걸려 안간힘을 쓴다.
번쩍 안아서 건네주고 싶지만
저 혼자 넘도록 보고만 있었다.
두 다리가 바르르 떨리는 게
무척이나 안스럽다.
간신히 안방에 넘어온 그애의 모습은
히말라야를 정복한 것만큼이나
신기하고 대견스러워
꼬옥 껴안고 뽀뽀를 해 주었다.
우리 00는 날로 날로 변하여
이 엄마를 즐겁고 행복하게만 해준다.
★ 1986. 7.14. 월요일 흐림
00가 이젠 엄마를 알아본다.
제 이모하고 놀다가도
내가 오라면
얼른 두손을 내밀고 안기려 든다.
매일 할머니하고만 있어서
엄마를 못 알아보면 어쩌나 했는데...........
나날이 커가는 그 애를 볼 때마다
곁에서 같이 놀아주고
새로운 것들을 가르쳐 주고 싶은데
직장에 메여있는 나로선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다.
★ 1986.7.19. 토요일 비
00를 데리고
그이 마중을 나갔다.
★ 1986. 7.21. 월요일 비
밤새 00가 잠을 못자고 보채서
뜬눈으로 지샜다.
몸이 뜨겁고 열이 심하다.
.......
..
★ 1986. 7.22. 화요일 비
우리 00가 숨박꼭질을 참 좋아한다.
이불속에 숨으면
가만히 떠들어보고
엄마를 찾으면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그러나 책상 뒤에 숨으면 못찾고
칭얼거리다가 드디어는 울어버린다.
갈수록 예쁘기만 하고
귀여운 우리 00를
어찌 떼어놓고 살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 1986. 8. 5. 화요일 맑음
저녁에 00이와 녹음을 하러 청음에 갔는데
아저씨가 00에게 악수를 청하자
손을 뒤로 감추더니
억지로 잡으니까
손을 뿌리쳐서
모두 웃었다.
이젠 사람을 구별하고
아무한테나 가려들지 않는다.
아저씨가 짝짝이를 주니까
영 받질 않더니
내가 주니까 얼른 받는다.
자꾸 자라서 세상에 눈 떠가는
우리 00가 신기하면서도
또 다른 걱정이 생긴다.
★ 1986. 8.11. 월요일 흐림
00가 벽에 등을 기대고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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