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 6. 2. 월요일  흐림

..

.........

저녁을 먹고

00가 예쁜짓을 하라면

두눈을 꼬옥 감고 찡긋 웃어서

온식구가 한바탕 웃었다.

 

 

★ 1986. 6. 8. 일요일  맑음

아빠는 00의 예쁜짓이

보고싶어 오셨다는데

잘하던 예쁜짓을

그렇게 얼러도 하려들질 않는다.

 

00가 종일 설사를 해서 서해병원에 갔다.

세균성 장염이란다.

건강하다고 자랑을 했더니

이젠 병원문을 들락날락하는 신세가 되었다.

 

 

★ 1986. 6. 9. 월요일  맑음

잠든 00의 얼굴을 바라보며

오늘도 하루의 피로를 잊는다.

그도 아마 곱게 잠든 이 귀여운 모습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빠라고 느끼련만..........

 

 

★ 1986. 6.10. 화요일  맑음

00가 이젠 설사가 멎고

생기가 돌아서

또다시 온방을 헤메고 다닌다.

저녁엔 팥수제비를 주었더니

다 먹고나서는 자꾸만 입을 쫑긋거려서

식구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아빠가 같이 보지 못하는게

못내 서운하기만 하다.

 

 

★1986. 6.16. 월요일  비

...

..........

00가 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 1986. 7. 7. 월요일  맑음

00에게 새로운 버릇이

또 하나 생겼다.

"맘마 맘마"하며

자꾸만 입을 뻥긋거려서

붕어란 별명이 붙었다.

 

 

★ 1986. 7. 8. 화요일  맑음

00가 건넌방에서 안방으로 넘어오려다

문턱에 걸려 안간힘을 쓴다.

번쩍 안아서 건네주고 싶지만

저 혼자 넘도록 보고만 있었다.

두 다리가 바르르 떨리는 게

무척이나 안스럽다.

간신히 안방에 넘어온 그애의 모습은

히말라야를 정복한 것만큼이나

신기하고 대견스러워

꼬옥 껴안고 뽀뽀를 해 주었다.

우리 00는 날로 날로 변하여

이 엄마를 즐겁고 행복하게만 해준다.

 

 

★ 1986. 7.14. 월요일  흐림

00가 이젠 엄마를 알아본다.

제 이모하고 놀다가도

내가 오라면

얼른 두손을 내밀고 안기려 든다.

매일 할머니하고만 있어서

엄마를 못 알아보면 어쩌나 했는데...........

나날이 커가는 그 애를 볼 때마다

곁에서 같이 놀아주고

새로운 것들을 가르쳐 주고 싶은데

직장에 메여있는 나로선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다.

 

 

★ 1986.7.19. 토요일  비

00를 데리고

그이 마중을 나갔다.

 

 

★ 1986. 7.21. 월요일  비

밤새 00가 잠을 못자고 보채서

뜬눈으로 지샜다.

몸이 뜨겁고 열이 심하다.

.......

..

 

 

★ 1986. 7.22. 화요일  비

우리 00가 숨박꼭질을 참 좋아한다.

이불속에 숨으면

가만히 떠들어보고

엄마를 찾으면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그러나 책상 뒤에 숨으면 못찾고

칭얼거리다가 드디어는 울어버린다.

갈수록 예쁘기만 하고

귀여운 우리 00를

어찌 떼어놓고 살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 1986. 8. 5. 화요일  맑음

저녁에 00이와 녹음을 하러 청음에 갔는데

아저씨가 00에게 악수를 청하자

손을 뒤로 감추더니

억지로 잡으니까

손을 뿌리쳐서

모두 웃었다.

이젠 사람을 구별하고

아무한테나 가려들지 않는다.

아저씨가 짝짝이를 주니까

영 받질 않더니

내가 주니까 얼른 받는다.

자꾸 자라서 세상에 눈 떠가는

우리 00가 신기하면서도

또 다른 걱정이 생긴다.

 

 

★ 1986. 8.11. 월요일  흐림

00가 벽에 등을 기대고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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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 4. 1. 화요일  맑음

00가 오늘 처음으로 계란 노른자를 먹었다.

삶은 노른자를 물에 개서 주니

처음엔 입 안에서 삼킬 줄 모르더니

몇번을 떠 넣어주니 제법 잘 받아 먹었다.

오물거리며 받아 먹는 모습이

여간 귀엽지가 않다.

00만이 내 삶의 희망이고

꿈이다.

 

 

★1986. 4.11. 금요일  맑음

00를 안방에서 데려다 놓으니

몇번을 방실거리곤 금새 잠이 들었다.

그 애마저 잠들고 나니 혼자 남은 외롬이

엄습한다.

................

.....................

 

 

★ 1986. 4.13. 일요일  맑음

.....

...................

00를 안고 교회에 갔다.

이젠 찬송가 소리에도 울지 않고

얌전히 있다.

설교 말씀 : 항상 기뻐하라

                매일 기도에 힘쓰라

                범사에 감사하라.

 

00에게 딸기를 수저로 떠 넣어주니

맛이 신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주는 족족 다 받아 먹는다.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이

여간 귀엽지가 않다.

 

 

★ 1986. 4.14. 월요일  비

.....................

.........

00에게 가락터나 이유식을 주면

잘 먹질 않더니

설탕으로 가미를 해서 주니 잘 받아 먹는다.

어느새 입맛을 알았는지..........

 

 

★ 1986. 4.16 수요일  흐림

새벽 두어시가 됐을까

잠이 깼다.

00도 눈을 떠서 몇번을 방실거리며

놀더니 금새 잠이든다.

.................

..........

 

 

★ 1986. 4.28. 월  맑음

00가 기침이 심하다.

우유도 통 먹지 않고

잘 놀던 애가

웃지도 않고 기운이 없다.

약을 사다주고 출근을 하려는데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

........

 

 

★1986. 4.29. 화요일  맑음

..............

...............

퇴근하여보니 00가 기침은 덜 하는데

우유를 먹지 않았다고

기운이 하나도 없이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

여간 애처로운게 아니다.

엄마를 보고도 웃지도 않고

손발도 통 움직이질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다.

저녁 식사 후에 00는 어떠냐는 그의 전화.

 

 

★1986. 4.30. 수요일  맑음

............

..

00가 병원에 다녀왔다.

감기도 있고

뱃속도 좋지 않다고 한다.

어린 것이 기침을 심히 해댄다.

안스러워 볼 수가 없다.

제발 아프지말고

건강하게 자라거라.

...............

.............

 

 

★ 1986. 5. 5. 월요일  맑음

우리 00가 처음 맞는 어린이날이다.

카메라를 메고 유모차에 태워

아빠랑 같이 여중학교에 올라갔다.

꽃밭에 앉아서 예쁘게 찍어주고 싶은데

00는 영 웃질 않고

처음 보는 꽃들에게 정신이 쏠려있다.

이 꽃들처럼 항상 예쁘고 건강하고

밝게 살아가길 빈다.

...............

...

 

 

★ 1986. 5.10. 토요일  비

........

......

00가 며칠 전부터 엎치려고 하더니

드디어 오늘 저녁엔 엎쳐서 끙끙거린다.

귀여운 우리 00!

하루 빨리 자라서

이 엄마의 다정한 친구가 되어주렴.

................

 

 

★ 1986. 5.12. 월요일  흐림

00가 뉘여만 놓으면 엎치려든다.

귓속을 후벼주면

마구 흔들어대던 팔다리도 가만히 있다.

잠을 안자고 투정을 하기에

귀를 후벼주니 사르르 눈을 감는다.

어찌나 우습고 귀여운지

모든게 신기하기만 하다.

.................

...

 

 

★ 1986. 5.14. 수요일  맑음

00의 온 몸에 벌겋게 열꽃이 피었다.

병원에 가니 열이 있어서 그런단다.

감기 때문이라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제발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할텐데.....

...........

......

 

 

★ 1986. 5.16. 금요일  맑음

기차표를 예매하러 역에 나가는데

00를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나갔다.

보는 사람마다 00를 예쁘다고 칭찬한다.

그도 기분이 좋은지

00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유모차를 밀면서도 00를 유심히 바라보며

신경을 쓰는 그의 태도가

여간 정성스러운게 아니다.

..........

.....

 

 

★ 1986. 5.29. 목요일  맑음

시댁에 다녀 온 뒤로 00가 콧물이 흐르고

기침을 심하게 한다.

그대로 견뎌 볼까 했는데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서해병원에 갔다.

건강하게 잘 자란다 했더니

고놈의 감기가 한번 걸리더니

병원을 들락날락 하게 만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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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 2. 3. 월요일  맑음

.............

..................

10시가  넘어도 그이는 들어오질 않고

00는 잘 생각을 아니하고

00를 쳐다보는 내 눈이 자꾸만 감기운다. 

 

 

★ 1986. 2. 4. 화요일  맑음

꿈속에서 무지개를 보았다.

일곱 빛깔의 선명하고 화려한 무늬

00는 어느 만큼 커 있었고

무지개를 처음 보는 그 애에게

"00야 저게 무지개란다."하며

둘이는 황홀경에 빠져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 1986. 2.24. 월요일  맑음

...............

...............

요즘은 00가 보는대로 크는 것 같다.

이젠 고개도 잘 가누고

큰 소리로 웃기도 곧잘한다.

 

 

★ 1986. 2.28. 금요일  흐림

많은 분들이 우리 00의 백일을 축하해 주셨다.

금반지하며 옷, 내복, 케잌, 앨범, 보행기, 장난감, 양말과

신발도 있었다.

00는 복도 많지

태어났을 때부터 너무 많은 축복과 선물을 받고.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서

모든 사람의 은혜에

보답해야지.

 

 

★ 1986. 3. 7. 금요일  맑음

우유를 먹으려면 00가 두 손으로

젖병을 꼭 잡는다.

이제 막 우유를 먹고 품안에서 잠이 들었다.

이토록 귀엽고 예쁠 수가 없다.

그로 인해 상한 마음을 00가 달래준다.

오늘 밤도 나와 00 뿐.

오래도록 안아주고 싶어서 팔이 아픈데도

00를 내려놓고 싶질않다.

 

 

★ 1986. 3. 9. 일요일  비

처음으로 00가 교회에 갔다.

찬송가 소리에 놀라

마구 울어대는 바람에 혼이 났다.

.................

..........

 

 

★ 1986. 3.13. 목요일  비

00가 물건을 보면 두 손으로 잡으러든다. 

우유를 먹을 때도 꼬옥 잡고 먹는다.

나날이 변해가는 그 애의 모습이 신기하고

대견스럽기만 하다.

그 애만이 나의 희망이고

나의 전부다.

00가 있음으로 해서 내가 살아있고

열심히 살아가도록 힘이 되어준다.

우리 귀여운 00!

 

 

★ 1986. 3.14. 금요일  흐림

00가 잠투정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

..............

 

 

★ 1986. 3.20. 목요일  맑음

00가 낯가림을 시작하나 보다.

낯선 사람을 보면 빤히 쳐다보고

아무리 얼러도 웃질 않는다

식구들이 얼르면 아주 잘 웃는데도.

 

 

★ 1986. 3.23. 일요일  흐림

00가 두번째 교회에 갔다.

오늘은 전번처럼 울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눈만 껌벅이며 가만히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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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딸과 통화를 했다.
                 
                지난 달 딸애가 쓴 국제전화요금이
                40만원이 넘게 나와서
                좀 자제해야겠다고 딸에게 말했더니
                저도 전화를 안하고
                나도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싶어 전화를 안했는데
                며칠 전 부터 자꾸 생각이 나며 전화를 해야지 하다가
                비가 오니 딸 생각이 더 나고
                생각 난 김에 전화를 했다.
                 
                전화 받는 목소리가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
                대뜸 "감기 걸렸니?" 물으니
                이제 일어나서 그렇다한다.
                 
                "뭐하고 밥해 먹니?"
                "계란해서 먹었어."
                "후라이 해 먹었니?"
                "아니 일본식으로 해먹는 법 있어."
                 
                그 한마디가 벌써 일본문화에 젖어드는 것 같다.
                 
                룸메이트가 맘에 안들어 기숙사를 옮기려고
                거처를 알아보는 중인데
                아직 정하지 못했다 한다.
                 
                방 2칸짜리 개인주택으로 옮겨서
                누구랑 같이 자취하면
                장기적으로 볼때 비용도 절감되고
                맘도 편할 것 같은데
                처음에는 기숙사비를 반환 받아도
                조금 모자랄지 몰라 송금해 줘야 할것 같다한다.
                 
                벌써 TV며 전자레인지는 공짜로 얻어 놓았고
                냉장고는 1~2만엔이면 중고를 구할 수 있고
                방학하면 한국의 친한 친구가 와서
                달반은 같이 있을 거고
                다음은 새로운 룸메이트를 구해야 한다고 한다.
                 
                네가 알아서 좋을대로 하라고 했지만
                염려스런 마음도 있다.
                 
                제가 선택한 유학길이고
                방법이며 모든 과정을
                혼자 스스로 알아보고 정하였던 만큼
                잘 해내리라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부모 입장에서 걱정도 된다.
                 
                엄마가 걱정할까봐
                "엄마 서울하고 똑 같애,
                말도 다 알아 들을 수 있고,
                재미있어!
                입만 조금 떨어지면 알바도 구할거야."하던
                딸애의 말을 되뇌어 본다.
                 
                우리 딸 잘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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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저녁에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새우를 세일 판매한다는 방송을 했다.

                 

                20마리 2만원 하던 걸 30마리 만원 씩

                40상자만 한정 판매한다고 했다.

                 

                저녁을 하던 중이라

                얼른 아들 밥만 챙겨주고

                현관문을 열고 나서니

                앞집 아줌마도 나오시길래

                '혹시 새우 사러 나오세요?" 물으니 웃으신다.

                 

                내려가 보니 나래비 줄을 섰는데

                얼마나 길게 섰는지 100명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새우가 어느 정도 큰가 보려고 트럭 앞으로 다가갔더니

                줄 중간 쯤 서 계신 아저씨가 나중 온 사람이 왜 앞으로 가냐며 호통을 치신다.

                아이구 이 살벌한 광경이라니.....

                 

                새우 좀 싸게 사겠다고 맨 뒤에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기도 그렇고

                줄을 서봐도 내 차례는 오지도 않을 것 같아 도로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하는데

                "새우 세일 판매요~"하는 외침 소리가 여러번 들리기에

                다시 내려가 보니

                새우가 아직 남아있었다.

                 

                만원에 30마리하고 덤으로 2마리 더 얻어왔다.

                 

                '부지런해도 한 몫 게을러도 한 몫'이라더니

                덤까지 얻고 늦게 가길 잘했다.

                 

                새우 좋아하는 우리 아들

                구어도 주고

                호박 넣고 고추장, 된장 풀어넣고 얼큰하게 매운탕도 끓여주려고

                10 마리 씩 3 등분해서 냉동실에 넣었다.

                 

                우리집 냉장고가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

                 

                썰렁했던 냉장고가

                낮에 친정엄마가 다녀가시면서 가져온

                꽃게, 조기, 박대, 갑오징어, 쑥쌀가루 등으로 냉장고가 가득차서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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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아들에게 우산을 챙겨가라 했더니

                비가 올 것 같지 않다며 그냥 갔다.

                 

                오후에 바람이 창문을 심하게 흔들어

                밖을 내다보니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친다.

                 

                엊그제 감기로 무척 고생했는데

                이 비를 맞고 오면 또 감기에 걸릴까봐

                우산을 챙겨 나갈 준비를 하다가

                옆동에 있는 같은 반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그집 아들 우산도 가져가려고

                우산을 가지고 현관으로 내려오라 연락을 한 후 

                밖에 나가니 엄청나다.

                 

                나가자마자 우산이 뒤집히고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부는지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뒤로 밀려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

                 

                우산을 가져가도 쓰고 올 수가 없을 것 같다.

                 

                빨리 집으로 들어와 옆동에 전화를 하니

                벌써 내려갔는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다시 내려가서 우산도 못 쓰고

                그 동 현관 앞으로 가니

                날 기다리고 있다.

                 

                모처럼 우산을 가져다 주고 싶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엄마가 우산을 들고와

                반가워하는 아들 얼굴도 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맘대로 할 수가 없다.

                 

                직장에 다닐 때는

                우산을 못챙겨 보낸 날 비라도 내리면

                내 가슴에도 굵은 빗방울이 쏟아졌었는데..........

                 

                다른 엄마들은 우산을 들고 교문 밖이나 교실 앞까지 와서

                기웃기웃 아이들을 찾을 때

                우리 아들도 엄마가 오기를 얼마나 바랬을까?

                 

                퇴근해서 집에 와 보면

                비를 홈빡 맞고 와서

                젖은 옷을 거실 바닥에 좌악 펴 논 걸 보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또한 친구와 같이 쓰고 온 날은 그 친구가 무척 고맙기도 했다.

                 

                그래서 아침 날씨가 흐릿한 날은

                일기예보는 꼭  듣고 우산을 챙기는 버릇이 생겼다.

                 

                오늘 모의고사를 본다는데

                시험은 잘보고 있는지

                다행히 비가 멈추고 바람도 잦아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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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매공원 산책길에

                뻐꾸기 소리를 들었다.

                 

                왠지 뻐꾸기 소리가 슬퍼 보인다.

                 

                빈 가슴에서 나오는  마른 목소리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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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우리 아들 생일이다.

                 

                미역국이라도 끓여주어야겠기에

                어제 시장을 보려고 

                남편에게 며칠전부터 좀 일찍 들어오라고 부탁을 했건만

                7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했다.

                 

                늦은 김에 아주 저녁을 먹고

                마트에 들려 물건을 사고 10시가 넘어 집에 도착하니

                너무 힘이들어 아무것도 준비를 못하고 그냥 쓰러져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남편하고 둘이서

                미역국을 끓이고

                아들이 좋아하는 갈비찜을 해서

                조촐한 생일상을 차려주었다.

                 

                아침에는 퍼준 밥도 제대로 안먹는데

                오늘은 밥을 더 달라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이

                고맙고 예뻐보인다.

                 

                고3이라 한참 힘들고 어려운데

                가끔 설겆이도 시키고

                방청소도 하고

                내 몸 아프다고 잘 챙겨주지도 못해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제 누나는 가끔 날 속상하게 하고 놀라게 한적이 있지만

                우리 아들은 어려서 많이 아파서 힘든 것 말고는 마음 쓸 일이 없었다.

                 

                생후 8개월이 되었을 때 누나와 같이 친정엄마에게 떼어놓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두어달이 지나 내려가서 반가움에 안아보려고하니

                낯가림을 하며 손도 못대게 밀쳐내는 바람에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서운함의 눈물이 흘렀다.

                 

                얼마 후 누나만 서울로 올라왔었는데

                4살 쯤 되어 말을 시작하고부터는  

                세식구가 다니러가면

                "엄마 나는 언제 서울로 데려갈거야?" 하고 묻는 바람에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눈물만 글썽였었다.

                 

                우리가 다시 서울로 올라오고나면

                애가 며칠을 밥을 안먹고 앓는다며

                친정엄마는 우리를 아예 내려오지 말라고 하셨다.

                 

                아들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6개월 전에 서울로  데려왔는데

                친정아버지는 막내딸 시집보내고도 안울었는데

                우리 아들 보내고 서운함의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

                 

                어려서 부터 감기를 자주 앓고 천식이 있었는데

                서울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더욱 심해져서

                소아과 의사선생님이 유치원도 보내지 말고

                가만히 누워서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하셨다.

                 

                그 때는 상계동에서 잠실로 출퇴근하는 관계로 새벽같이 집을 나서야하는데

                아프면서도 엄마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는 아이에게

                꼭 병원에 다녀오라며 의료보험증을 챙겨주고 나설 때는

                정말 많은 갈등을 겪어야했다. 

                 

                나중에는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씀에

                서울대병원에도 몇달 다니다

                친정엄마가 해주시는 민간요법으로 천식은 고칠 수  있었다.

                 

                그후로는 감기도 잘 안 걸린다며 본인도 신기해 했다.

                 

                놀이터에도 못나가고 방안에서만 놀다보니

                책은 많이 읽어서 가끔은 유식한 표현을 해서 웃기곤 했는데

                한번은 중국집에 가서 샥스핀을  주문했는데 꽤 시간이 걸려도 나오지않자

                제누나에게 "누나! 누나는 배부른 돼지가 좋아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좋아?"하고 질문하는 바람에 한참을 웃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도 

                선생님들에게 상식이 풍부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항상 모범생이라는 칭찬을 하셔서

                학교를 방문할 때면 발걸음이 가벼웠다.

                 

                중학교 때까지는 과학자가 꿈이라며 계속 변함이 없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수능이 이제 6개월 남았는데

                학력고사를 보고는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는지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성적을 보지 못했는데

                재수를 하면 어떻겠냐며

                살며시 내 의견을 묻는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보고

                그 때가서 결정하자고 했는데 걱정이다.

                 

                사랑하는 아들아!

                열심히 노력해서

                꼭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여

                네 꿈을 펼 칠 수 있기를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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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어떤 물건을 찾기위하여 하루 종일을 헤맸다.

                 

                물건을 둘 만한 장소는 모두 찾아보았는데

                아무리 뒤져도 나오질 않는다.

                 

                보관할 때만해도 잘 사용 않을거라 생각하고  둔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곳이 어디인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덕분에 서랍이며 장농속의 끄집어 내놓은 것들을 차분히 정리하면서 

                생각을 더듬어 봐도 도통 떠오르질 않는다.

                 

                밤이 되어서야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물건을 찾고보니

                반갑기도하고

                허탈하기도하고..........

                 

                물건을 항상 제자리에 두는 습관으로

                자주 쓰는 물건은 찾기가 쉬운데

                어쩌다 쓰게되는 물건은 이런일이 일어나곤 한다.

                 

                요즘들어 자주 일어나고보니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고 냉장고에 강아지를 넣는다든지 하는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어떤 때는 통장이랑 비밀번호를 남편에게 알려줘야 할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래도 기억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는데

                직장에 다닐 때만해도 젊은 직원들이 내 기억력은 당할 사람이 없다 그랬건만

                '50대는 지식의 평등'이라 했던가?

                 

                나이 탓도 있겠지만

                몇번에 걸친 수술의 휴유증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수술이 끝난 직후에는 더욱 심하여져서

                오랫동안 기억했던 일들은 잘 생각이 나는데

                수술 직전의 일들은 까마득 할 때가 있다.

                 

                수술 전에 책을 사서 읽고

                좋은 책이라며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었는데

                그 얘기도 안했으면 모르고 지날 뻔 했다.

                 

                한참 기억을 더듬고 나서야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머릿속으로는 연상이 되는데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아서

                말을 하다가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답답함이라니.............

                내게는 절대 이런 일이 안 일어날 줄로만 알았는데

                늙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데

                난 아직 늙을 준비가  안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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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 시골집 대문은 항상 빨강색 이었다.

                 

                초록이나 코발트빛이면 예쁠 것 같아서

                아버지께 왜 빨강색만 칠하시냐고  했더니

                빨강색 칠이 잘 볏겨지지 않고 오래 간다고 하셨다.

                 

                그래도 동네에서 우리집 대문이 제일 좋은 것 같았는데

                어두운 빨강색이 그리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 어느날 집에 들어서는데

                대문이 초록빛으로 변해 있었다.

                 

                왠일인가 싶어 여쭈어보니

                지붕을 칠하고 남아서 대문에 칠하신 거란다.

                 

                그리곤 얼마가 지나서 다시 빨강대문으로 바뀌어 버렸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이런 사건도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도착하여

                친구와 얘기를 하느라 뒷걸음으로 대문에 다가서며

                등으로 문을 밀었는데

                아뿔싸! 그날은 새로 페인트칠을 했던 날이었다.

                 

                내 등에도  온통 빨강색 페인트가 묻고

                조심성이 없다며 야단 맞았던 기억이 난다.

                 

                서울로 올라온 후론 그 대문을 잊고 있었는데

                언젠가 친정에 가보니

                그 대문이 낡아서 다시 만들었는데

                색깔은 역시 빨강색 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 빨강대문이 그립다.

                 

                학교에서 돌아와 빨강대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며 엄마를 불러대면

                엄마는 반가히 맞으며 맛있는 간식을 챙겨주시곤 했는데

                이제는 자식들 다 떠나보내고 두 분이 지키고 계신다.

                 

                내 어릴적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빨강대문집!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드나들던 그곳을 추억하며

                언제나 이곳에 찾아와 나의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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