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2. 1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뜻 아니게
한달이 넘도록 외팔로 살아야 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세수를 할 때도
모두 왼손으로만 하려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어요.

자유로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고
침대에 눕고 일어나는 것조차 스스로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전에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이
모두 감사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자주 움직이고 팔을 써보려하는데
아직도 통증이 있고
마음 같이 되질 않네요.

"우리 몸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가족의 것이고
이웃의 것이고
사회의 것입니다."

누군가 보내온 메일 내용입니다.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다침으로 인해
가족이 불편하고
형제들, 친구들, 이웃들이 걱정하고 염려하게 되니
이보다 더 큰 부담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넘어져서 다친 어깨를 또 다칠까봐
한동안 바깥 출입이 두려워서
집안에서만 소일하다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책도 서너장을 읽으면
눈이 침침해서 계속 읽기가 힘이드니
완전히 노인네 다된 느낌입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의 고통과
노인들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더 깊이 느껴보게 됩니다.

올해부터 정신지체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려고 신청했었는데
진정한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뜻인것 같아
요만큼 다친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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