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5~16(목)
산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어 보는
'지리산 무박종주'
그 꿈의 길을 드디어 가게 되었다.
'수요무박백두 지리산종주'
이 날을 많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기다렸었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걱정 또한 없지 않았다.
그래도 시작은 해보는거야!
세석까지는 갈 수 있겠지!
가다가 힘들면 중간에 하산 하더라도 가보는 거다!
지금도 늦은 나이에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만날 수 있겠는가
드디어 13년만의 지리산 종주가 시작되었다.
사당에서 15일 밤 11시에 출발하여
16일 새벽 4시 입산시간에 맞춰 성삼재에 도착하였다.
칠흙 같은 어둠속에 새벽의 찬 기운을 느끼며 설레이는 첫걸음을 내딛는다.
지리산은 크다.
높고도 넓고 그리고 깊다.
3도 여섯 고을 함양, 산청, 하동,구례, 남원, 운봉[현]에 그림자 드리운 거대한 산국(山國)이다
1,000m 이상의 주릉만 해도 110리나 된다.
실상사 서쪽 덕두산(1,149m)에서 천왕봉 북쪽 쑥밭재(1315m)까지다
(도상거리 기준이며 노고단∼천왕봉 줄자 실측 결과는34.2km다).
삼남의 지붕 용마루가 된다.
그 안에는 10경이 있다.
노고단 운해, 피아골 단풍, 반야봉 낙조, 벽소령 명월, 세석평전 철쭉,
불일폭포, 연하천 선경(仙景), 천왕봉 일출, 칠선계곡, 섬진강 맑은 물 이다.
또한 신라 5악의 남악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 하여 지리산(地理山)이라 불렀고,
'멀리 백두대간이 흘러왔다' 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하며,
옛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方丈山)으로도 알려져 있다.
백두, 금강, 묘향산과 더불어 예로부터 한국의 4대 명산으로 칭송 받아온 지리산은
등산로 또한 무궁무진하여 갈수록 새롭고 경험할수록 모를 산이 지리산이기도 하다.
오늘 이 지리산을 내가 걷고 또 걸으리라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질지
녹초가 되어 초죽음이 될지
어떠한 모습이어도
난 만족하리라
지리산에 왔으니...
성삼재~노고단고개~돼지령~삼도봉~화개재~토끼봉(1,534m)~명선봉(1,586m)~연하천~삼각봉~형제봉(1,442m)~벽소령~덕평봉(1,521m)~영신봉(1,651m)~세석평전~촛대봉(1,703m)~장터목~제석봉(1,806m)~천왕봉(1,915m)~제석봉~장터목~참샘~하동바위~백무동탐반지원센터
4시 성삼재 도착
산행을 시작한다
코재
노고단대피소 도착
많은 사람들이 식사도 하고
이른 산행을 준비하고 있다
노고단 고개에 도착하니 동녘 하늘에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밝은 낮이었다면 털진달래의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으련만...
일출장면을 촬영하기 위하여 진사들이 진들 치고 있다
이곳에서 일출을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우리에겐 그런 여유가 없다
일출을 포기하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천왕봉으로 향한다
어둠속에 반짝 빛나는 물체가 눈길을 끈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되지 않았지만
잎 가장자리에 맺힌 이슬방울이
마치 은 브로치에 큐빅을 박은 듯 반짝거리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돼지령에 도착하니 어둠이 가시기 시작한다
운해의 시작이다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운해의 장관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반야봉은 포기하고 삼도봉으로
주변에 참꽃마리가 많이 피었다
운해의 장관을 저 노고단 정상에 보았더라면
10경 중 하나는 보았으련만
대간길을 함께 가시는 부부팀
늘 부러운 모습이셨다
부부팀에서 이 사진을 찍어올리시며
진달래 꽃속에 선녀가 나타났다고 하셨다.
덕분에 선녀가 되어 감사합니다!!! ㅎㅎㅎ
삼도봉 도착
화개재에 도착하니 운해가 몰려오기 시작하고
이후로는 계속 운해 속을 걷는다
운해는 또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고
금강애기나리를 만났다
얘는 자주색 점이 적은 순한 모습이다
아침 햇살로 깔끔하게 목욕단장한 모습
토끼봉 헬기장을 지나고
얼레지는 피고 지고
풀잎에 맺힌 이슬 방울이 수정처럼 빛난다
흰 긴수염의 백발 신선이 걸으면 어울릴 것 같은 길
연하천대피소
이곳에서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먹었다
다기를 챙겨와 여유와 멋을 즐기시는 분이 계셔
뜨거운 물 한잔 얻어 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보이차라며 넉넉히 부어주셔서 좋은 차도 마시고
샌드위치를 같이 나눠먹기도 했다
연하천에는 보이차의 또 하나의 추억이 남겠다
동의 나물이 지천으로 피었다
변함없이 잘 크고 있구나!
흰눈이 내린 듯 개별꽃도 지천이고
빗살이며 댓잎 등 현호색도
경상도 표현으로 천지 삣깔이라 했던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