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방 북쪽으로 꽤 넓은 베란다가 있는데

그곳은 우리집의 골방과 같은 곳이다.

심심할 때 와서 뒤지면

지난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를 반긴다.

 

그곳에 결혼 때 장만한 커다란 장식장을 옮겨놓고

책장으로 쓰고 있는데

이사 오면서 어지간한 책들은 다 버리고

시집들과 최근 출판된 책, 그리고 꼭 간직해야할 책들만 남겨두었다.

 

앨범과 지난 일기장, 수첩 등도 있어서

뭔가 찾으러 갔다가

수첩을 꺼내서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보고

일기도 꺼내 읽어보고  

어떤 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읽어내리다가

왜 왔는지 모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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