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땀을 얼마나 쏟았는지 모른다.
산을 다닐 때 말고는 이처럼 땀을 흘린 적이 없다.
정말 무덥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듯 하는데 엘리베이터까지 고장이 나서 9층을 몇번 오르락거렸더니 저녁에는 만사가 다 귀찮다.
저녁을 아들하고 둘이 대충 때우고 시원한 수박 한입 베어 물으니 이게 제일이다 싶다.
수박을 먹다가 '이런 날 경비실 아저씨는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
수박을 드시기 편하도록 깍뚝썰기로 예쁘게 썰어 내려가는 길에 가져다 드려야지 하고 뚜껑을 덮어 냉장고에 넣었다.
일을 마치고 수박을 가지고 내려갔는데 '관리구역 순찰중'이란 팻말이 걸려있고 아저씨가 안계신다.
인터폰으로 말씀드려야겠다 생각하고 책상위에 수박을 놓고 올라왔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무얼 꺼내려고 문을 여니 수박이 그대로 있는게 아닌가
아차하는 순간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
수박을 썰면서 귀퉁이 남는 부분을 따로 썰어 똑같은 그릇에 담아 놓았는데 바꿔서 갖다드린 것이다.
어쩐지 포크를 위에 얹어 놓았는데 없어서 이상하다 생각하고 다시 꺼내서 가지고 내려갔는데 이렇게 황당할 수가...
얼른 그 수박 그릇을 들고 경비실에 다시 내려가니 아저씨가 아직 안오셨다.
다행이다 싶어 책상을 보니 수박이 없다.
그 수박을 드시면서 속으로 얼마나 언짢으셨을까
먹다 남은 귀퉁이 쪼가리나 주었다고...
아저씨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가져간 수박을 경비실 냉장고에 넣고 올라왔다.
잠시 후에 인터폰을 하니 아저씨가 받으신다
"수박 갖다 놓으신 사모님이세요?"
"아저씨 그런데요 수박이....."
미안한 마음에 사정 이야기를 하니 아저씨는 고맙게 잘 먹겠다고 하신다.
누구네는 야외로 나가면서 도시락이며 아이들 간식을 검정 비닐봉투에 담아놓았는데 똥귀저귀를 담아놓은 쓰레기봉투와 바꿔가지고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펼치는 순간 너무 황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한바탕 웃었는데
이제 웃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건망증 때문에 생기는 황당한 일이 어디 이일 뿐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