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0. 3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오다)
어제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초가을의 정취를 느껴보자며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을 찾았다.
약속장소가 엇갈려 기다리는 장소를 서로 달리하는 바람에
만남부터 헤프닝이 벌어졌고
11시 약속에 12시가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며 약간의 짜증도 났다.
어렵게 어렵게 다들 모여 산림욕장을 산책하는데
아줌마들 웃음소리에 한적하고 조용하던 산길이 갑자기 활기를 띤 듯하다.
아직 단풍은 없었지만
오랫만에 걷는 숲길이 너무 좋다.
모두들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고
참 행복하단다.
그리곤 대화의 많은 부분이 노후에 대한 얘기로 흐르 걸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1시간을 예상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인지 3시간 가까이 걷다보니
점심시간은 한참 지나서 배는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모두들 지쳐있었다.
겨우 식당에 도착하여 점심인지 저녁인지를 주문하고 뻗어버렸다.
약속시간에 제일 늦은 친구가 낸 맛있는 점심을 먹고
다시 활기를 되찾은 듯
놀이동산으로 향하였다.
이름하여 "빅5" 공짜표가 생긴것.
소풍철이라서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가득한 그곳으로
아줌마들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놀이동산에 들어서자마자 '마법의 양탄자'가 나타났다.
처음 놀이동산에 놀러온 초등학생들처럼 들뜬 기분으로 대열에 끼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난 컨디션도 별로 좋지않고 병원에서 고혈압주위보를 받은 터라
가방을 지키며 벤취에 앉아 모두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양탄자가 날아오르기 시작하자마자 핸드백이 날아오고
머리를 쳐박고 질러대는 괴성에 구경하는 재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내려오는 우리의 아줌마들 정말 정말 용감했다.
이번엔 '팽이그네' 앞에 와서
다시는 안타겠다는 친구와
지금 아니면 언제 타보겠냐며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먼저 출발한 팀에서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하자
누구라 할 것도없이 슬금슬금 대열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곤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웃어댔다.
이젠 저학년 초등학생 수준급의 놀이기구들을 찾아 두리번 거리다 '사슴썰매'를 선택했는데
그마저도 사양하는 친구가 있고
탑승기준에 80cm이상의 키를 보며
00이(김00 아들)수준인데 뭘 그러냐며 모두들 탑승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고개를 숙이고 눈도 못뜨고 있는 모습에 배꼽을 잡았다.
그외 '무지개자전거', '회전목마'를 타며 역시 우리는 '회전목마' 수준이라며 두번씩이나 탔다.
남들은 주책없는 아줌마들로 보일지 모르지만
모처럼 동심의 세계에 빠져본 하루가 마냥 즐겁기만했다.
저녁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멋지게 쏜 친구에게 고마워하며
"위하여!"를 외쳤다
"우리의 아줌마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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