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4(토)
"아버지 아침 해가 밝았어요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우리집에서 가장 부지런하셔서
아침이면 제일 먼저 일어나시던 분이
왜 이렇게 잠만 주무세요!
종일 잠만 주무시는 잠꾸러기가 되셨어요!"
"아버지 눈 좀 떠 보세요!
아침을 드셔야 하는데, 눈을 뜨고 드셔야죠!
눈을 뜨시고 저 좀 바라보세요.
제가 누구예요?
'우리 큰딸, 이쁜 우리 딸'
그러면서 용돈도 주셨잖았요
다시 한 번 말씀해보세요
'우리 큰 딸, 이쁜 우리 딸'
다시 듣고싶어요"
간밤에 저혈당 증세로 검은콩베지밀 하나를 드리고
오늘 아침엔 미음을 다 드리라 해서 600cc를 다 드렸다.
"아버지 많이 드시고 빨리 기운 내셔서 일어나세요!"
지금이라도 눈을 뜨시고 벌떡 일어나 앉으실 것만 같다.
도란도란 말씀도 나누실 것 같다.
"이제 아버지와 함께 할 시간이 이틀 밖에 안 남았어요.
왜 자꾸 잠만 주무세요
아버지 빨리 일어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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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미음 다 드셨으니 이제 저도 점심을 먹을게요.
오늘도 메뉴는 역시 샌드위치예요.
아버지 좋아하시는 커피도 한 잔 있어요
맛있는 것 저만 먹어서 어떡해요
오늘은 점원이 묻데요
'이걸 누가 다 드세요?'
샌드위치를 매일 세개씩 사오니까 궁금했던 모양이예요.
'제가 다 먹어요
하루 세끼 제 양식이예요'
웃으면서 그랬죠.
지하에 식당이 있는데 음식 맛이 영 아니예요
다시 가서 먹고 싶지가 않아요
그래서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는데
3주 동안 먹은 샌드위치가 평생에 먹은 양보다 많을 것 같네요.
이제 샌드위치를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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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끼를 미음으로 이제 600cc를 드시기 시작했는데
배변이 안되어서 설사약을 처방해 주었는데
쏟기 시작하면 30분 정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쏟으신다.
그런데 아버지가 어눌한 말투로 뭐라 그러신다.
"네가 고생해서 어떡허니?"
분명 내 귀에 그렇게 들렸다.
"아버지 일어나시기만 하면
저 고생하는 거 아무렇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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