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5(목)
오늘은 아침이 되어도 눈을 뜨지 않으신다.
더욱 깊은 잠속으로 빠지셨다.
조금씩 드시는 미음이나마 드리지 말라고 해서 못 드리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씻겨만 드렸다.
간밤엔 계속 눈을 뜨고 계셔서
어린시절 기억들을 더듬으며 아버지에게 들려드렸다.
아버지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3살적 일인 것 같다.
분가하지 않고 큰댁에 살 때인데
안방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고 건넌방에 살 때
오랫만에 아버지가 먼 곳에서 오셔서 엄마와 밤 늦도록 얘기 하시던 풍경이 떠오른다.
언젠가도 이 얘기를 했더니
네가 아주 어렸을 때인데 어떻게 기억하냐며
아버지가 군대에 계실 때인데 휴가를 나오셨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군대 얘기도 해주셨는데
아버지는 5년의 군생활을 하셨으면서도
행정병으로 근무하셔서 총 한 번 안잡아보셨다고 하셨다.
네살 때 이사하는 해에는 눈이 내 키보다 높게 쌓였는데
마당에 사람이 다닐 길만 뚫어놓고 할머니랑 같이 불을 넣으러 가던 일,
동생이 침을 많이 흘렸는데 개구리가 좋다며 앞 숲속에서 개구리를 잡아다가
불에 구워서 설탕을 찍어주시면 동생하고 나란히 앉아서 넙죽넙죽 맛있게 받아 먹던 일,
늘 함께 놀던 사촌 언니가 국민학교에 입학하자 나도 학교 보내달라고 울며 떼를 쓰자
나를 번쩍 안아 올려 대문의 우편함을 보여 주시며
이곳에 통지서가 와야 한다며 달래시던 일,
.........................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 죽음이 두려우세요?"
대답없이 바라보고만 계신다.
오랜 투병생활을 하시며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시고
공황장애까지 오셨다.
"아버지 하나님 믿으시죠?"
"하나님을 왜 믿으세요?"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만드셨어요.
그래서 사람은 하나님과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런데 사람이 죄를 지음으로 하나님을 떠나게 되었어요.
그래서 사람이 불행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죽음 때문이에요.
.........................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런 사람을 사랑하셔서 예수님을 보내주셨어요.
그래서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가 있어요.
우리가 죽으면 육체는 썩어 없어지지만 우리의 영혼은 반드시 살아서 하늘나라로 갑니다.
그때 어떻게 이곳에 왔느냐고 물으면
예수님을 믿고 왔노라고 하세요.
아버지 예수님 믿으시잖아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편안한 잠속으로 빠져드셨다.
그리고 이 시간까지 계속 잠만 주무시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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