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5(일)
두 눈을 감으신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노라니
자꾸만 눈물이 아른거린다.
마음을 추슬러 보려고 병실을 나왔다.
오후의 따뜻한 햇볕이 들이비치는 복도
휠체어에 노모를 태운 50대 중반의 남자가
작은 소리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복도 이쪽에서 저쪽 끝을 왔다 갔다 한다.
자장가로 들렸는지
피골이 상접한 주름진 노모의 얼굴이
참 편안해 보인다.
우리 아버지도 햇볕 한번 보기를 소원하셨는데
휠체어 조차 태울 수 없어
아주 작은 소원 조차 들어드릴 수가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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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가 고른지
환자복이 겹치진 않았는지
베개는 바르게 놓였는지
마지막 잠자리를 손질하고
옆으로 눕히신 몸을 편안한 자세로 바르게 눕혀 드렸다.
"아버지 편안히 주무세요.
오늘이 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지막 밤이네요"
울지 않으려 했는데
여직 잘 참아왔는데
오늘은 참을 수가 없네요
내일이면 요양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아버지가 그토록 가시기 싫어하셨는데
깨어나지 않으시고 계속 주무시니
어쩔수 없이
어쩔수 없이
그리로 모시기로 했어요.
'어쩔수 없이'란 말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죄스러운지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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