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8(월)

 

"얘 가면 어떡하나!"

떠날 채비를 하는 나를 보시며 아버지가 불안해 하신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미숙이 올거예요.

갔다가 아버지 힘드시면 다시 올께요."

그 한마디를 남기고

난 올라와야 했다.

 

내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꼭 그런 표정이셨다.

가던 길을 멈추고 몇번을 뒤돌아 보아도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꼼짝 안하시고 그대로 서계셨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한없이 무겁다.

길을 꺽어 들어서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마 그 자리에 한참을 그렇게 서 계셨을 것이다.

혹 눈물을 흘리고 계시진 않으셨는지...

그런 쓸쓸하고 허전한 모습은 처음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팠다.

 

"제발 나 좀 죽여줘!"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시면서 그러셨다고 한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그런 말씀을 다 하셨을까

호흡곤란으로 가슴이 답답해지며 그 충격이 크셨던가보다.

당신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주 병원을 들락거리며 입원하시게 되어

자식들 오가는 것 또한 부담스러우셨을 것이다.

또 병원에 가게되면 어쩌나 자꾸 불안하고 공포가 느껴진다고 하셨다.

그러면 어지럽고 핑돌고

눈도 보이지 않으신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병원에 모시고가니 공황장애라 한다.

내 아버지!

그 의지 강하시고 당당하시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이젠 딸에게라도 의지하고 싶은 

불안한 어린아이 같이 변해버린 우리 아버지

무엇이 우리 아버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야속하고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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