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우리 아들 생일이다.

 

미역국이라도 끓여주어야겠기에

어제 시장을 보려고 

남편에게 며칠전부터 좀 일찍 들어오라고 부탁을 했건만

7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했다.

 

늦은 김에 아주 저녁을 먹고

마트에 들려 물건을 사고 10시가 넘어 집에 도착하니

너무 힘이들어 아무것도 준비를 못하고 그냥 쓰러져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남편하고 둘이서

미역국을 끓이고

아들이 좋아하는 갈비찜을 해서

조촐한 생일상을 차려주었다.

 

아침에는 퍼준 밥도 제대로 안먹는데

오늘은 밥을 더 달라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이

고맙고 예뻐보인다.

 

고3이라 한참 힘들고 어려운데

가끔 설겆이도 시키고

방청소도 하고

내 몸 아프다고 잘 챙겨주지도 못해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제 누나는 가끔 날 속상하게 하고 놀라게 한적이 있지만

우리 아들은 어려서 많이 아파서 힘든 것 말고는 마음 쓸 일이 없었다.

 

생후 8개월이 되었을 때 누나와 같이 친정엄마에게 떼어놓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두어달이 지나 내려가서 반가움에 안아보려고하니

낯가림을 하며 손도 못대게 밀쳐내는 바람에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서운함의 눈물이 흘렀다.

 

얼마 후 누나만 서울로 올라왔었는데

4살 쯤 되어 말을 시작하고부터는  

세식구가 다니러가면

"엄마 나는 언제 서울로 데려갈거야?" 하고 묻는 바람에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눈물만 글썽였었다.

 

우리가 다시 서울로 올라오고나면

애가 며칠을 밥을 안먹고 앓는다며

친정엄마는 우리를 아예 내려오지 말라고 하셨다.

 

아들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6개월 전에 서울로  데려왔는데

친정아버지는 막내딸 시집보내고도 안울었는데

우리 아들 보내고 서운함의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

 

어려서 부터 감기를 자주 앓고 천식이 있었는데

서울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더욱 심해져서

소아과 의사선생님이 유치원도 보내지 말고

가만히 누워서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하셨다.

 

그 때는 상계동에서 잠실로 출퇴근하는 관계로 새벽같이 집을 나서야하는데

아프면서도 엄마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는 아이에게

꼭 병원에 다녀오라며 의료보험증을 챙겨주고 나설 때는

정말 많은 갈등을 겪어야했다. 

 

나중에는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씀에

서울대병원에도 몇달 다니다

친정엄마가 해주시는 민간요법으로 천식은 고칠 수  있었다.

 

그후로는 감기도 잘 안 걸린다며 본인도 신기해 했다.

 

놀이터에도 못나가고 방안에서만 놀다보니

책은 많이 읽어서 가끔은 유식한 표현을 해서 웃기곤 했는데

한번은 중국집에 가서 샥스핀을  주문했는데 꽤 시간이 걸려도 나오지않자

제누나에게 "누나! 누나는 배부른 돼지가 좋아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좋아?"하고 질문하는 바람에 한참을 웃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도 

선생님들에게 상식이 풍부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항상 모범생이라는 칭찬을 하셔서

학교를 방문할 때면 발걸음이 가벼웠다.

 

중학교 때까지는 과학자가 꿈이라며 계속 변함이 없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수능이 이제 6개월 남았는데

학력고사를 보고는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는지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성적을 보지 못했는데

재수를 하면 어떻겠냐며

살며시 내 의견을 묻는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보고

그 때가서 결정하자고 했는데 걱정이다.

 

사랑하는 아들아!

열심히 노력해서

꼭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여

네 꿈을 펼 칠 수 있기를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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