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시골집 대문은 항상 빨강색 이었다.
초록이나 코발트빛이면 예쁠 것 같아서
아버지께 왜 빨강색만 칠하시냐고 했더니
빨강색 칠이 잘 볏겨지지 않고 오래 간다고 하셨다.
그래도 동네에서 우리집 대문이 제일 좋은 것 같았는데
어두운 빨강색이 그리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 어느날 집에 들어서는데
대문이 초록빛으로 변해 있었다.
왠일인가 싶어 여쭈어보니
지붕을 칠하고 남아서 대문에 칠하신 거란다.
그리곤 얼마가 지나서 다시 빨강대문으로 바뀌어 버렸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이런 사건도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도착하여
친구와 얘기를 하느라 뒷걸음으로 대문에 다가서며
등으로 문을 밀었는데
아뿔싸! 그날은 새로 페인트칠을 했던 날이었다.
내 등에도 온통 빨강색 페인트가 묻고
조심성이 없다며 야단 맞았던 기억이 난다.
서울로 올라온 후론 그 대문을 잊고 있었는데
언젠가 친정에 가보니
그 대문이 낡아서 다시 만들었는데
색깔은 역시 빨강색 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 빨강대문이 그립다.
학교에서 돌아와 빨강대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며 엄마를 불러대면
엄마는 반가히 맞으며 맛있는 간식을 챙겨주시곤 했는데
이제는 자식들 다 떠나보내고 두 분이 지키고 계신다.
내 어릴적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빨강대문집!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드나들던 그곳을 추억하며
언제나 이곳에 찾아와 나의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