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야생화 찍으러도 못가고
이런 날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틀어놓고 커피 한잔 마시면 참 좋은데
공부하는 아들이 집에 있어 조용히 커피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습니다.
한달이 넘도록 베란다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부겐베리아가 이젠 꽃잎 떨구고 초록잎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이토록 예쁜 모습을 이젠 내년에나 보아야겠지요
어떤 분들은 종이꽃 같다고 하는데
결이 고운 얇은 비단( 薄紗)같아서 꽃이 질 때면 사각 거리는 비단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하룻밤 자고 나면 꽃들이 한바구니씩 쏟아집니다.
떨어진 꽃잎이 아쉬워 바구니에 담아 놓으면 꽃모양 그대로 한참을 갑니다.
부겐베리아가 지고 난 자리를 아프리칸바이올렛이 환하게 피워올라 대신하고 있습니다
작은 분 하나 얻어와 잎을 따서 잎꽂이 하여 이만큼 불어났습니다.
오는 사람마다 예쁘다면 하나씩 들려보내기도 했지요.
잘 꾸며진 값비싼 꽃과 나무들은 아니어도
나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작은 화원이어서 더욱 애착이 가고
사시사철 꽃이 피어나서
기쁨이 되기도 하고
때론 위로도 받는 나의 쉼터가 되었습니다.
이 친구는 올해 새로 들어온 식구 입니다.
대부분 붉은 종류의 꽃들이어서 흰철쭉을 구하려했는데 못 구하고 '꽃치자'로 대신 했습니다.
그런데 향기가 정말 좋습니다.
향기를 맡고 있는 순간만큼은 내 영혼도 아주 맑고 순수해지는 느낌입니다.
꽃을 좋아하다보니 이런 멋진 호접란을 선물로 받기도 했습니다.
겨우내 피어있었는데 계속 꽃이 피고 있는 포인세티아입니다.
친구가 색깔별로 작은 분 5개를 선물로 주었는데
작년에 퇴원하고 보니 다 죽고 제일 약한 노랑빛 이 친구만 남아서 이젠 나무처럼 커졌습니다.
한창 피어오를 때의 모습입니다.
물꽂이 했던 토란 서너알이 크게 자라서 빈화분에 옮겼더니 제법 무성한 토란밭이 되었네요.
가을엔 토란을 수확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