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게으름을 피우기에 좋은 날씨다.
비가 와서
공원 산책도 못가고
병원에 물리치료도 가기 싫어
오후로 미뤘다가
막상 오후가 되니 바람이 세차게 불고
더욱 가기가 싫어진다.
모든 것이
마음 밑바닥으로 가라앉아서
아무 것도 건져 올릴 수가 없다.
처절하게
망가지고 싶은 날이다.
이런 날은
꼭 바다가 그립다.
누군가
나를 데리고
바다로 가주었으면 좋겠다.
혼자는
너무 외로워서 싫고
아무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커피숍 창가에 나란히 앉아
실컷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얼마를 바라보면
바다가 지겨워 질까?
지겨워서
바다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조용히 앉아 있고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