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5~06(수)

 

  

얼마나 추웠는지

아직도 한기가 가시지않아

이글을 쓰는 지금도 자꾸만 몸이 움츠러들어

무릎담요를 뒤집어 쓰고 전기난로까지 켜놓았다.  

 

코를 훌쩍일 때마다 코가 쩍쩍 달라붙고

눈썹엔 입김이 얼어붙어 고드름이 열렸다.

 나중에 태백역에 내려와서 들으니

태백의 최저 기온이 영하 26도였다고 한다.

살을 에이는 칼바람속에

안경엔 하얗게 얼음이 엉겨붙어 앞은 보이지 않고

아직 가라앉지 않은 감기로 기침은 나오는데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걸으며

'내가 왜 이 길을 걷고있지?'

'도대체 이 짓을 왜 하고 있는거야?'

그런 자문도 나왔다.

그러나 그도 잠시 점점 날이 밝아오면서

눈앞에 펼쳐진 환상적인 눈꽃 세상

아~~~!!!

더 이상 무슨 대답이 필요할까

 

 

 

(유일사매표소~장군봉~부소봉~문수봉~소문수봉~당골광장) 

 

 

우리의 산행은 처음부처 심상치 않았다.

이촌역에 내려 청량리 가는 중앙선으로 갈아타려는데

30분을 기다려도 전철은 올 생각을 않고

기다리는 승객들의 분노의 언성이 높아갈 즈음

기관차 출입문 고장으로 10분 더 늦어진다는 방송

온 몸은 이미 꽁꽁 얼어붙었는데

옆에 분은 한 시간을 기다렸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는지

 

집에서는 일찍 서둘러 나온다 했는데

전철이 늦어지는 바람에 청량리역에 10:20에 도착했다.

청리역에 도착하여 내릴려고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출입문쪽으로 나왔는데

헉~ 문이 안열린다.

"저 내려야 되요!" 연신 소리지르며

문이 열린 쪽을 향하여

다시 그 많은 사람들 사이를 뚫고 가서

가까스로 내리고 나니

에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지난번 소요산 때도 지하철 때문에 애를 먹더니 또...

결국 지하철 소동으로 용인에서 오시는 한 분은 중간에서 되돌아 가시고

9명이 10:40 막차를 타고 태백역으로 갔다 

 

경춘선도 나중에 필요할 것 같아...

 

3시가 되어 태백역에 내리니 눈꽃축제를 알리는 아취가 세워져있다

 

산에서 내려와 청량리 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찍어두었다.

 

게릴라복장으로 완전무장하고 유일사 매표소에서 오른다

하늘엔 별이 총총하건만 안경에 어름이 엉겨붙어 올려다 볼 수가 없다

 

장군봉에 오르기 전 해맞이가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믐달도 같이 햇님을 기다리고 

 

여기저기 주목의 멋진 포즈가 유혹하건만

너무 추워 사진 찍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장갑을 벗자마자 손이 얼어붙고

방한용장갑을 끼고는 셔터가 잘 안눌러지고

어쩌다 눌러도 그나마 흔들리고  

 

일출시간이 지났는데

해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일출도 일출이지만

 주변의 조각 같은 멋진 주목들이 자꾸 눈길을 빼앗는다

 

 

찬란한 일출을 기대했는데

햇님도 너무 추워 못나오시나

 

더이상 추워서 서있지 못하고

정상을 향하여 다시 걷는다 

 

  

 

이곳에서도 끝내 일출을 보지 못하고

 

천제단을 향하여 발길을 옮긴다

 

 

드디어 정상!

올라오는 길에 몇분이 바람이 너무 심해서 포기하고 내려간다는 말에

혼자 가는 길도 아니고

걱정도 했었다.

그러나 우린 해냈다

 

천제단은 살짝 바라만 보고

너무 추어서 쉬지도 못하고

부소봉을 향하여 계속 걷는다.

 

눈이 엉겨붙은 새하얀 나뭇가지가

 마치 산호초처럼 아름답다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부는지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그러니 저 나무들은 얼마나 추울까

우린 잠시도 견디기 힘든데...

 

 

 

뽀드득 뽀드득

눈길 걷는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앞에서 하는 소리가 하나도 안들린다.

지금도 뽀드득 소리가 들리는 듯...

 

해가 떠오르면서

혹독한 추위도 좀 가라앉고

때는 이 때라

눈밭에서 사진 찍기에 바쁘다

 

 

 

 

 

"사진 좀 찍어주세요

집에 가서 식구들에게

이런 곳 다녀왔다고 보여주게..."

그래서 좀 더 멋지게 찍어주려 했는데

실력이 이것 밖에 안되니...

 

 

 

 

 

장군봉능선 한쪽으로 내려앉은 햇볕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자작나무 숲의 눈길이 이색적이다

시베리아가 연상되는...

 

 

앞서간 이의 발길을 따라 그길을 걷는다

때론 바람에 쓸려 길이 없어지기도하고

 

문수붕을 지나고

 

소문수봉으로 향한다

 

끝없이 이어진 하얀능선들

저 능선길을 다 걸어 볼 수 있을까?

 

 

소문수봉에서 간단한 간식이라도 먹을까 했는데

적당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내려선다.

모두가 수북히 쌓인  눈밭이라 어디에서도 잠시 앉을 수가 없다.

햇볕이 비치는 적당한 곳에 서서 배낭속 간식거리를 꺼낸다.

그런데 사과며 귤, 심지어 빵까지 다 얼어붙었다.

구어간 쿠키는 다행히 얼지 않아 먹을 수 있었다 

 

선두의 주몽대장님 후미와 너무 떨어져 기다리고 계신다.

눈속에 없어진 길을 찾아 만들어가며

안전산행 할 수 있도록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희는 편안하게 즐거운 산행 할 수 있었습니다.

새해 첫 산행 멋지게 해냈으니

올 한해도 건강하게 모두가 즐거운 산행할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쭉쭉 뻗은 낙엽송길이 시원하다

 

 

 

 

 

 

당골광장에 내려서니

멋진 어름기둥이 우리의 안산을 축하해주고 있다

 

다시 이 차표 한장 들고

철쭉 피는 유월에 다시 오고싶다

 

 

우리를 싣고갈 기차가 들어오고

태백이여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주몽님 방에서 가져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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