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 25(수)
실로암등산교실이 겨울방학에 들어가
다른 단체로 가서 산행자원봉사를 하려고 했는데
마침 어울림산악회에 나가는 기홍씨의 도우미 요청이 와서 참석하게 되었다.
어울림산악회는 주몽님과 후박님이 함께 하시는 산행이어서 더욱 반갑고 기대가 되어
아침 일찍 서둘러 창동역으로 가서 소요산행 전철을 기다리는데
오늘따라 전철이 고장이나서 30분 넘게 기다려
가까스로 10시에 맞춰 소요산역에 도착했다.
한참을 기다려 약속했던 분들이 나오시고
어느 분은 중간에 포기하고 되돌아가셨다고 한다.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이 훌쩍 지나가고
밖에는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고...
그래도 우리에겐 포기란 있을 수 없다.
우비를 꺼내입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산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비에 젖은 산길은 많이 미끄러워 무척 조심스럽다.
특히나 소요산은 날이 선 바위길이 많아 안전에 무척 신경이 쓰인다.
얼마를 올랐을까 점점 빗방울이 약해지기 시작하더니
우리 앞에 펼쳐진 운무의 멋진 세상!!!
우린 그저 할말을 잃고 감탄사만 연발했다.
비온 뒤에만 볼 수 있는 이 멋진 풍경을 어찌 말로 그려낼 수 있을까
꿈결인 듯 자욱한 운무 속에서 또 하나의 멋진 소요산을 가슴 가득 담아 왔다.
비가 오면 어떠랴
비가 오면 오는대로 또 하나의 멋진 세상!
어느새 비가 그치고
마음도 홀가분해지고
비에 젖은 바윗길은 더욱 미끄러워 조심 또 조심
선두에서 안전산행을 위해 애쓰시는 주몽님과 코스모스님
촉촉히 비에 젖은 숲은 마른 잎조차 다시 살아 숨쉬는 듯
언제나 웃음 가득한 후박님의 애교스런 모습
능선위로 넘나드는 운무의 멋진 모습에 잠시 발길을 멈춘다
때론 피해갈 수 없는 가파른 바윗길도 만난다
안전을 위해 스틱도 장갑도 모두 벗어 던지고
그들의 눈이 되어 입으로 손으로 전하며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길
나무의 마른 잎과 가는 검은 줄기 하나 하나가
안개속에서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걷고 또 걸어도
다시 걷고 싶은 길
안개에 싸인 숲은 신비스럽기만 하다
우~하~
가슴이 활짝 열린다
후박님도 넋을 잃고
우린 잠시 신선이 된 듯
저 어디쯤에 신선이 거닐 듯한 풍경
우리도 신선이 되어
다시 안개속으로
오늘 산행팀은 시각장애인 중에 베테랑급이시다
거친 바윗길도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신다
이런 길은 비장애인들도 쉽지않은 길
비에 젖은 낙엽 냄새며
은은한 숲향기가 코끝에 느껴진다
안개속에서 고사목이 하늘을 날 것처럼 살아 꿈틀거린다
바위 밑엔 작은 생명들의 도란거림
매달린 빗방울은 작은 수정구슬이 되어 반짝이고
얼굴도 예쁘시고
마음은 더 고운 후박과 코스모스님
때론 거꾸로가 편할 때도 있지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
안개가 될 수 있었던 날
가끔씩 가을동화도 연출해 보고...
"후박아 그렇다고 돌꺼정 던지면 어떡허냐" ㅎㅎㅎ
지나는 길 옆의 저 돌탑은 또 누구의 염원이 쌓인 걸까
안개속에선 감추이는 것이 있으면
작은 풀씨처럼 안개속에서라야 모습이 또렷이 나타나기도 하고
공주봉에서의 마지막 휴식
내려서는 길에 퇴색된 단풍잎이 그래도 아름답다
가을날에 때를 맞춰 찾아오리라
저 탑은 언제부터 누가 쌓기 시작했을까
돈보고 웃지않는 요즘 보기드문 마음씨 고운 식당주인
그런데 밥이 설어서 밥맛은...
저녁까지 먹고 귀가길에
집에 들어오는 길
반달이 미소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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