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외출하고 돌아와
현관문을 열려고 번호를 누르니
문이 열리지 않았다.
번호를 잘못 눌렀나싶어
다시 한번 번호를 입력하니
역시 열리지 않았다.
어! 이상하다
건전지가 다 됐나?
그렇다면 며칠 전부터 이상이 있었을텐데...
다시 번호를 누르니
"삐~용 삐~용"
갑자기 경보음이 울리고 난리가 났다.
처음 있는 일이라
그 소리에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내가 번호를 잊었단 말인가?
경보음이 멈추고
번호를 바꿔 입력하여도 문은 열리지 않고
세번을 누르니 또 경보음이 울리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다른 번호는 생각나지 않고 정말 당황스러웠다.
할 수 없이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현관문이 안열려요. 자기 열쇠 가지고 있죠?"
"건전지가 다 됐나? 나 한테 열쇠가 없는 것 같은데..."
"전에 내가 줬잖아요. 비상시에 쓰라구..."
"@#$% 눌렀어? 번호 다시 눌러봐."
"헉~ "
그때서야 맞는 번호가 떠올랐다.
"@#%$"
현관 키번호와 인터넷 비밀번호 3자리가 같은데
현관 비밀번호와 인터넷 비밀번호를 섞어서 입력 했던 것이다.
벌써 치매?
이 생각이 들면서 착잡한 기분이었다.
집안에 들어와서도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일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침에 김치냉장고 청소를 하였는데
성에를 제거하려고 전원을 끄고 말끔하게 청소를 하고
오래 보관할 것과 자주 꺼내 먹는 것을 양쪽으로 분리하여
정리를 하고 나니 개운했다.
그런데 밤 늦게 들어온 아들이
"엄마 김치냉장고 전원이 왜 꺼져있어요?"
"헉~ 아윽~ "
뚜껑을 열어보니 김치국물이 넘쳐서
바닥에 흥건하고...
"으악~ "
전에도 한번 그런 적이 있어서
꼭 전원을 켜야지 생각까지 하면서 잊지 않으려고 주의를 했건만
한 칸은 전원을 켰는데 마지막 청소를 한 다른 칸은 그만 잊어버린 것이다.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난 치매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싶은데
정말 치매가 아니건지...
요즘 자꾸만 심해지는 건망증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요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걸까?
단순해지기를 원하면서
더욱 복잡해지는 삶
너무 많은 것들을 담아놓고
감당을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장은 과부하로 열이 많고
머릿속에는 또 무얼 많이 담아 놓았길레...
덜어내야 한다
모두 비워내야한다.
아무래도 용량초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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