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5(금)
방학했던 실로암 등산교실이 문을 열어 산행봉사를 가려고
봉천역에 내려 노란색 실로암버스에 오르는데
"혼자 오셨어요?"
낯선 여인이 나를 잡고 묻는다.
"녜...."
"우리 언니가 처음이라서 그러는데 우리 언니 좀 부탁 드릴께요.
오늘 하루 좀 수고해주세요."
그러더니 나를 끌어다 자기 언니라며 옆자리에 앉히고
후다닥 차에서 내린다.
얼떨결에 그녀와 짝이 되어 얘기를 나누는데
산행은 처음이라 해서 몇가지 기본 사항을 알려 주었다.
산행할 때는 봉사자 배낭에 맨 줄을 잡고
봉사자의 길안내 설명을 들으며 오르는데
뒤에서 줄을 잡아 땡기면 봉사자가 힘드니 살짝 잡고만 가야 한다 했더니
왜 줄을 잡고 가야하느냐
왜 땡기느냐는 등 이해를 못했다.
스틱도 필요없다 해서 놓고 왔다며 내 것 하나를 내어놓으라 한다.
아무래도 정상 오르는 건 힘들 것 같아
난 정상 까지 오르는 선두팀 안내를 하고 싶으니
정상까지 가지 않는 다른 봉사자와 연결해 준다 했더니
매일 15층 아파트 계단을 10번 정도 올라 다니며 운동을 했다며
자기도 정상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산행은 계단 오르는 것 하고는 또 다르다 하니
뭐가 다르냐며 자신 있게 반문한다.
마침 봉사자 한분이 자기는 빨리 못 걸으니 자기가 맡겠다 해서 선두팀에 가려고 했는데
차에서 내려 짝을 정하고보니 봉사자가 바뀌어 그녀 봉사자도 처음 나온 사람이다.
솔직히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처음 나온 봉사자는 안될 것 같아
그냥 내가 안내하기로 하고 준비를 하는데
겉옷 하나는 벗고 가야한다 했더니 그때부터 허둥지둥 한다.
벗은 옷도 접어 배낭에 넣어주고 스틱 잡는 법도 알려주고
다른 팀은 벌써 앞서간 후에야 급히 뒤따라 나섰다.
고리산은 시작부터 급한 경사길이라 어떨까 했는데
처음부터 매달리기 시작한다.
우리 뒤에 따라오던 후미 담당 선생님이 웃으며 한마디 한다.
"아예 처음부터 기시네요."
한 5분 올라오고 쉬고 몇 발자국 올라오고 쉬고
왜그리 길이 꼬불거리느냐, 편한 길은 언제 나오느냐
뭔 산이 이리 험하냐는 둥
내 기운마저 쏙 빼놓는다.
올라오면서도 이길로 내려가느냐며 내려가는 걱정이 태산이더니,
그렇게 한 30분정도 올라 초소까지 도착 했는데
도저히 못가겠다며 포기를 한다.
그래서 다시 되돌아 내려오는데
내려오는 길은 더욱 힘들어 한다.
계속 주저앉아 돌아보니 다리가 후들후들 심하게 떨린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봐요!"
그러면서 그녀의 지난 얘기를 풀어놓는다.
나이는 나하고 동갑인데
29살 때 3살 먹은 딸과 함께 집에 있는데
강도가 들어와 병으로 머리를 쳤는데
그때 시신경이 마비되어 실명을 하고,
그후로 남편이 떠나고,
효성이 지극한 28 먹은 딸은 작년에 하늘나라로 갔다고 한다.
그후로 먹는 것도 제대로 못먹고,
세상과는 인연을 끊고 살았는데
동생이 바람이라도 쏘이라며 등산교실에 등록해 주었다고 담담하게 얘기 하는데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고 목이 메여 온다.
그러면서 동생이
세상 근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얼굴이어서 나를 택해서 짝을 맺어주었으니
언니 재밌게 다녀오라고 했다는데
산에는 가지도 못했다며 연신 미안하다 했다.
오늘은 산행 하러 온게 아니고 봉사하러 왔으니 그건 괜찮은데
우선은 산책교실로 가라고 알려 주었다.
도우미가 있으니 근처 공원이나 얕은 산길이라도 매일 한 시간 이상 걸어서
달련을 한다음 산행을 시작하라고 했다.
집안에만 있지 말고 산책교실이며 문화답사교실도 있으니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살라고 했다.
딸도 우울속에만 빠져 있는 엄마 모습을 원치 않을 것이니
좋은 사람 만나서 새 삶도 시작하라 했다.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며
나중엔 도저히 안돼서 부축하다시피 해서 내려와 차에 데려다 놓고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해서 그녀에게 잠을 좀 청하라 해놓고
난 다시 산길로 들어섰다.
산길을 걷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
옥녀봉을 지나서 하산하는 선두팀을 만나 같이 하산을 했다.
올라오는 차안에서 그녀가 그랬다.
"폰팅 친구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무슨 사정이 있는지 자기 핸펀은 수신만 가능하다 해서
내 번호를 알려 주었다.
마음이 답답하고 대화하고 싶을 땐 언제라도 전화하라며...
* * * * *
자주 말썽을 부리던 디카가 드디어 파업을 선언했다. ㅠㅠ
그간 너무 고생 시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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