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마등령~황철봉~미시령) 19-1
2012.09.13(목)
"오늘은 정말 대간스러웠어요!"
미소님의 말처럼 모처럼 대간다운 길을 간 것 같다.
집채 만한 바위들이 산재한 너덜길을 네 발로 기어 오르내리며
이슬비가 내리는 안개가 자욱한 길을 장장 9시간 반이나 걸었다.
자꾸만 처지는 후미 때문에 가던 길을 멈추고 기다리다 번호 외치기를 여러번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너덜길은 끝이 안보이고
랜턴도 준비를 못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후미를 한없이 기다리다 안되겠는지 회장님이 결정을 내리셨다.
랜턴을 가져오신 분과 다섯 명이 한 조를 짜서 선두 먼저 하산하라고 하셨다.
랜턴이 있으신 분이 앞장 서서 길을 찾아나가고
우리는 뒤에서 서로의 안내자가 되어
"머리 조심하세요!"
"발 조심하세요!"
"돌뿌리 있어요!"
"푹 꺼져요!"
"깊어요!"
꼭 시각장애인 안내 산행을 하는 격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속을 할퀴고 찢기고
그렇게 더듬거리며 감각으로 걸어 내려오다가 멀리서 불빛이 반짝거리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서로를 얼싸 안으며 기쁨을 나누었다.
무사히 하산 하여 차에 올라 옷을 갈아입고도 1시간이나 기다려 마지막 후미가 도착하였다.
서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미쳤어!
정말 단단히 미쳤어!"
그러면서도 서로가 대견스러웠다.
남들은 무박으로 뛰는 코스를 우리는 당일로 해냈다.
용대리(셔틀버스)~백담사~수렴동계곡~영시암~오세암~마등령~마등봉~저항령~너덜지대~황철봉(1,391m)~너덜지대~미시령휴게소
오랫만에 나도송이풀을 만났다
커다란 말벌집 발견
흰물봉선도 만나고
투구꽃이 한창이다
산박하